[경상매일신문=정다원기자]지난 2018년 개통된 동해선 포항-영덕행 무궁화호 열차가 오늘(18일)자로 1년 동안 운행이 중단된다.
말로는 1년이라고 하지만 포항-영덕역간 도로 건설사업 지연 및 무궁화호 디젤동차 폐차로 등 언제 다시 운행이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열차 운행이 중단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 낮 1시 51분, 동해선 포항-영덕행 무궁화호(1737호)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날 열차 안에는 듬성듬성 앉은 10명 미만의 승객들과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빈 카페만 남아있었다. 개통 당시에만 해도 이 동해선 무궁화호는 꽤 인기가 좋았다. 적당한 시간에 유명 해수욕장과 명소를 거쳐 멋진 풍경을 선사하고, 비용까지 저렴하니 출퇴근 직장인은 물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고 한다.KTX에 비하면 턱없이 느리지만 ‘느림의 미학’이 주는 풍경에 매료된 사람들은 이 열차를 탄다. ‘빠른 출발’에 집착하는 사회에서 여전히 무궁화호는 ‘느린 출발’을 했고 느리게 영덕으로 향했다.무궁화호에 탑승한 직원들과 승객들의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포항 KTX역 문화관광해설사 A씨(여)는 “제 기억으로 18년도 무궁화호 초창기때 각 단체들에서 공연도 하고 굉장히 환영받고 인기가 많았던 걸로 아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잘 없긴 해요. ‘무궁화호가 불편해서’ 라기보다는 열차 시간이 좀 아쉽죠. 여름 시즌에 대학생들 월포 해수욕장에 펜션 놀러오거나 하면 무궁화호 많이 타거든요. 역에 내리면 펜션 주인이 픽업서비스하러 오고 이런 식으로.. 저는 옛날에 무궁화호를 타면 마치 ‘완행버스를 타고 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 무궁화호를 타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동해안 풍경이 예술이에요. 그냥 버스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무궁화호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거든요”이 열차 역 전무 B씨는 “이제 운행이 중단되면 다른 구간을 옮기게 되겠죠. 제가 느끼기에 무궁화호 자체는 사람들이 많이 탑니다. 많이 타는데.. 여기 영덕은 승객이 적은 편이에요. 차로도 갈 수 있기도 하고 영덕으로 다니는 사람 자체가 적거든요. 경부선 쪽이 아무래도 서울, 부산 승객이 많이 타죠”탑승객 C씨(여) “무궁화호 열차 운행 중단되나요. 전혀 몰랐어요. 저희도 오늘 이 무궁화호는 처음 타 보거든요. 주말이기도 해서 영덕에 오뎅도 먹고 대게도 사올까 하고.. 애 아빠는 이따 포항에서 차 타고 와서 합류하기로 했어요. 딸래미랑 타보니... 제가 딸 나이때 친구들이랑 놀러간다고 기차 안에 모여서 장난치고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나요. 그때랑 시설도 비슷한 것 같아요. 없어진다니 아쉽네요”할머니 D씨(지품면)는 “농사짓는 일을 하고 있는데, 농민들이랑 이 열차 개통됐을 때부터 탔어요. 지금은 어제 있던 임영웅 부산 콘서트 다녀오는 길이에요(웃음). 옛날 무궁화호 탈 때 진짜 좋았어요. 내가 운전 못 하고 차가 없어도 포항이든 서울이든 편리하게 갈 수 있잖아. 그것도 저렴한 요금에.. 그래서 포항 나올 때마다 탔는데 18일부터 없어진다고 하니 좀 걱정도 되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