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남은 달력을 떼어내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젊을 때는 하루가 짧고 1년은 길고, 나이가 들면 1년은 짧고 하루가 길다는데 지금 나는 어느 지점쯤에 있을까 되짚어 본다. 쏘아놓은 화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부족하다면 무엇으로 더 채워놓아야 할지를 고민해 보는 시점이다. ‘걱정 없는 삶을 바라지 말고,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문구를 기억하며 ‘늘 준비하자’고 다짐한다. 올해는 행정안전부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난이나 복합재난 등 새로운 유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범국가적 재난대응 합동훈련 ‘READY KOREA’를 도입했다. 기존에 없던 대형 위험 요인을 발굴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 훈련을 통해 보완하는 등 실전 대응력을 높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관계기관의 역량을 총동원해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종합훈련이다. 지난 11월 6일 해양경찰은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 등 17개 기관과 함께 울산에서 ‘Ready Korea 해양 선박사고 대응 합동훈련’을 했다. 2023년 포항해양경찰서도 해군항공사령부, 해병대와 함정·헬기 합동훈련, 포항시, 경주시 등과 함께 한 해안방제훈련 등 복합적인 재난에 대응하고자 단독이 아닌 관계기관과 합동훈련을 중점적으로 집행해 왔다. 특히, 지난 6월 해양경찰 창설 70주년 해양사고대응 역량강화 훈련에는 이국종 교수 드론팀, 한국해양구조협회, 대저해운, 포항대학교 등 민간을 포함하여 해양경찰, 해군, 포항시, 소방 등 함선 15척, 헬기 2대, 드론 4대, 구급차 3대 및 총 300여명이 참가한 민관군 합동훈련을 했다. 한미동행 70주년을 계기로 부산주재총영사 등 미국 측 인사 7명이 훈련을 참관하며 해양안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이태원 인파밀집 사고, 극한 호우로 인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까지...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미래 재난과 마주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 증가하는 자연재해와 사회재난은 현재의 국지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재난을 완벽히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나 각종 재난의 경향성을 파악하고, 가속화하는 기후변화에 맞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복합 재난의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등 총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바다는 어민들의 삶의 수단에서 국민들이 여가를 즐기는 수단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과 소비력을 갖춘 레저활동자의 증가로 해상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체험활동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바다에서의 안전관리는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해양경찰은 연안사고 취약해역과 낚시어선 및 각종 시설물 안전 점검, 관계기관 협의회 개최 등 예방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수난대비, 해안방제 등 다양한 시나리오와 사건사고 대응을 위한 합동훈련으로 바다를 안전하게 지켜가는 민·관의 협업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가늠할 수 없는 칠흑 같이 아득한 어둠을 뚫고 날아오르는 헬기, 살기어린 거친 파도에도 하나의 줄에 의지한 채 전복된 선박에 오르는 구조대, 바닥을 단단히 디뎌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큰 너울, 참을 수 없을 만큼 차가운 수온, 높은 파도에서 발생하는 해상 재난에는 한층 더 높은 강도의 준비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조선시대 때도 “늘 준비하라(Always ready)”고 말한 분들이 있었다. 2024년에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바다에서 국민의 행복을 위해 365일 24시간 무탈하기를 희망하며, “준비됐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