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한전의 정전사태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겨울철 난방사용이 늘어나다보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전의 사전대처가 미흡했던 탓이 더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일 울산 남구에서 약 2시간 동안 전력 공급이 끊겨 15만5000가구와 일대 교통망을 먹통으로 만들었던 사고의 원인은 노후 설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전이 밝혔다. 울산 옥동 변전소에서 28년간 사용한 노후 개폐 장치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해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서울·경기 지역의 20여만 가구 정전 이후 6년 만의 최대 피해인데, 한전이 천문학적 적자로 제대로 설비 투자를 못하는 바람에 전력 관리에 허점이 생긴 것이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평택 고덕 변전소의 개폐 장치 절연체 파손으로 수원·용인·화성·평택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도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용인 에버랜드에서는 대형 롤러코스터가 공중에 매달린 상태에서 작동을 멈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해 정전 건수는 933건으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다. 2020년(651건)보다 43%, 2018년(506건)에 비하면 무려 84%나 늘었다. 한전은 2021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적자를 내 누적 적자가 47조원에 달한다. 적자가 누적되자 한전은 지난해 송변전·배전 투자비를 약 6%(3700억원) 줄였다. 5년 전(2018년 6조78억원) 수준이다. 올해는 투자비 예산을 작년보다 15% 늘려 잡았지만 상반기에만 8조4500억원의 적자를 내 제대로 집행할지 미지수다. 한전은 지난 5월 25조원 규모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전력 시설의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설비 투자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한전이 변전소, 송·배전망 등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한다면 설비 노후화로 이어져 전력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은 채 국민 눈을 가렸던 포퓰리즘 정책의 대가가 지금 가혹하게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기 요금을 인상했지만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에 여전히 미흡하다. 결국 국민 모두가 질 좋은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전기 요금 현실화를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전은 한전공대에 설립부터 운영까지 13년 동안 1조6000억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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