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제22대 총선 지역구 예비 후보자 등록이 12일부터 시작됐다. 예비 후보가 되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 사실상 선거전이 막을 올린 셈이다. 그런데 경북 2개 지역은 아직도 선거구 획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예비후보가 어느지역 선거구에 등록해야할지도 아직 모르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덜컥 예비후보 등록부터 받겠다는 발상은 어느나라 선거법인가. 120일간의 총선 일정에서 첫 단추를 꿰는 날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치후진국의 한단면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후보 등록이 개시됐음에도 아직도 선거구를 획정 짓지 못해 ‘깜깜이’ 선거운동이 불가피하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는 선거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합의를 미루면서 8개월째 공전상태가 되고 있다. 정치 신인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어느 지역구에서 예비 후보로 등록해야 할지 몰라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특히 선거일을 얼마 안 남기고 획정되면 신인은 얼굴을 알리기도 힘들다.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들만 유리해진다. 선거구는 19대 총선 때 선거 44일 전, 20대 때 42일 전, 21대는 39일 전에 부랴부랴 획정됐다. 이 정도면 거대 양당이 암묵적으로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더해 아직 선거제 개편 작업이 끝나지 않은 것도 거대 양당의 ‘총선 짬짜미’로 의심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배분과 위성정당 방지 여부에 대해 여전히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을 막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약했지만 여당이 반대한다는 핑계를 대며 협상에 꾸물거리고 있다. 거대 양당이 협상에 소극적인 것은 소수야당들의 선거연합이나 제3세력의 신당 창당을 견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도 비친다. 선거제가 정해져야 연합 형태나 창당 방향이 결정되고 결집도 가시화될 텐데, 지금처럼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면 연합·창당 작업에 탄력이 붙기 어렵다. 양당의 행태는 투표할 선거구와 후보를 가림으로써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연합·창당을 통한 정치적 결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민주 정당을 표방한다면 다른 일은 제쳐놓고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 개편을 최우선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질수록 국민들은 여야의 짬짜미, 꼼수 선거로 볼 것이다. 여야는 빨리 선거구 획정부터 마무리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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