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올 4분기 전기요금을 일반 가정용은 그대로 두고 산업용만 올리려는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가정 주택용과 식당·상점 등 자영업자가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현 수준에서 유지되고 가스요금도 동결된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판매비율은 전체의 54%에 달했다. 지난달 미 상무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사실상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보복성 관세를 물린 조치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주택용·일반용 전기료 인상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은 다분히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것이다. 인상 폭은 한전이 내년에도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될 듯하다. 하지만 200조원을 웃도는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전은 올 상반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21.1원 인상했지만 7조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추가 요금인상이 없으면 내년부터 한전채 발행규모가 법정한도에 걸려 부도위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한전 부실은 송·배전 등 전력망 투자마저 위축시켜 전력생태계를 위협하고 블랙아웃(대정전) 위험도 키우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판이다. 가스공사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부채비율이 500%로 한전(460%)보다 더 높고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회사채 발행 한도마저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다. 정부는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곤욕을 치른 데다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는 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 충분한 수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치솟는 물가가 무섭다고 마냥 비정상적 요금체계를 방치해 미래세대에 비용을 떠넘기는 건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이다. 에너지 공기업의 획기적인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5월 25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내놓은 한전이 추가로 한국전력기술 등 자회사 3곳의 지분 매각과 직원 2000명 감원에 나선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윤석열 정부는 엉터리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포퓰리즘’에 집착하다 화를 키우고 한때 우량 공기업이던 한전도 부실의 늪에 빠트린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불가피한 사정을 국민에게 진솔하게 알리고 전기료 현실화와 전력 과소비 자제를 호소하는 게 옳다. 총선을 의식해 산업용만 올리고 일반 가정용은 인상을 미룬다면 과연 국민이 납득하겠나. 그게 전부 표가 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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