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주에 한해 허용한 공매도를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8개월 동안 전면 금지한다고 지난 5일 전격 발표했다. 당정 협의에서 공매도 한시 금지의 필요성을 논의했는데 시간을 끌면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해 발표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이른바 우리나라 증시를 두고 ‘글로벌 공매도 맛집’이라는 냉소까지 나온다. 최근 적발된 외국계 증권사의 불법 공매도가 빙산의 일각인 점 등을 감안하면 공매도 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대외 신인도와 직결되는 만큼 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실행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널리 쓰이는 공매도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다. 차입 상환 기간과 담보비율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에 비해 엄격한 조건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장난질에 개미들만 쪽박을 찬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10년간 불법 공매도의 먹잇감이 된 주식이 1억 5000만주가 넘는다. 그런데도 형사처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부는 형사처벌 도입과 불법 이익금 환수, 차별 시정,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등을 서두르기로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주장을 해온 만큼 이번엔 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이 과정에서 여론에 편승한 처방은 경계해야 한다. 공매도는 주식 가격의 거품을 빼주는 순기능도 있다. 정부는 세 차례 금지 전례가 있다는 점을 들지만 그때는 금융위기와 코로나 등 나름 명분이 있었다. 우리만의 환부를 수술하는 데 글로벌 빗장까지 걸어 잠근 처방에 해외 투자자들이 쉽게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표심을 잡으려다가 글로벌 ‘투심’을 잃게 되면 국내 증시에 더 악재가 될 수 있다. 한시 금지의 당위성을 충분히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도 세워야 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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