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사우디간에 156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과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지난해 양국이 맺은 290억달러(약 39조원) 규모 투자 협력을 더하면 60조원 수준에 달한다. 협력 분야도 원유, 건설을 넘어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방위산업, 디지털, 의료, 스마트시티 등으로 넓어졌다. 지난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과 이번 윤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은 윤 대통령 언급대로 ‘포스트 오일 시대의 최적의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걸프협력회의(GCC) 핵심국인 사우디는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맞아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비전 2030` 전략도 추진중이다.
사우디의 인류 최대 역사로 불리는 `네옴시티` 건설도 한국 기업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총사업비 677조원 규모의 네옴시티는 주택 건설부터 도시 인프라, 모빌리티,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대형 수주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사우디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기업인이 130명이나 동행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 대통령도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과 성장 잠재력을 가진 사우디가 손을 잡으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동은 이제 탈(脫)중국의 대안이 될 새로운 수출시장이다. 중동은 지정학적 위험이 있는 지역인 데다 네옴시티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한국기업의 성공 경험을 살린다면 사우디와의 협력은 성장 잠재력 약화로 저성장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사우디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와의 경협도 가속화하고 있다. 1970년대 중동 붐이 오일쇼크의 돌파구가 됐듯이, 제2의 중동 붐을 한국 경제에 닥친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