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쟁 유발성 현수막 철거는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잘한 일이다. 정당 명의의 현수막을 수량, 규격, 장소 제한 없이 무차별 내걸며 도심 미관을 해치는 옥외광고물법이 지난해 12월 개정, 시행된 후 전국 곳곳이 현수막 공해로 몸살을 앓아왔다. 특히 통행량이 많은 도로의 횡단보도 주변 가로수나 전신주 사이에 울긋불긋한 색깔과 원색적 표현의 현수막이 삼중사중으로 걸려 시야를 방해하고 정치 혐오를 부추겨왔다. 옥외물광고법은 정당 정책과 정치 현안에 관한 현수막은 허가나 신고, 금지나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로 걸린 현수막 내용은 정책보다는 다른 당을 공격하거나 조롱·비난하는 문구가 대부분이었다. 뒤늦게나마 국힘이 앞장서서 정쟁 현수막을 철거한다고 하니 박수칠 일이다.
김원태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이 지난달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9%가 ‘정당 현수막 증가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정당 현수막이 정책·정치적 현안 이해에 도움 되지 않았다’(77.1%), 현수막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78.7%), ‘일상생활 중 불편을 직접 경험했다’(60.4%) 등 부정적 응답이 지배적이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현수막 규제와 철거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런 까닭때문이다. 인천시는 올 6월 조례를 개정해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만 설치하고, 혐오 및 비방 내용을 담을 수 없게 했다. 아울러 지난 16일까지 정당 현수막 2103개를 철거했다. 광주, 울산 등에서도 조례 개정과 함께 대대적인 현수막 정비가 이어지고 있고 부산, 대구 등 다른 도시로 확산될 태세다.국힘의 정쟁 현수막 철거 방침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겉으로는 환영한다면서도 “현수막을 통해 할 말은 하겠다”는 엉뚱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국 시·도당별로 현수막 내용을 파악해 민생과 경제 이슈가 국민에게 홍보되도록 현수막을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국힘이 이런 정책을 내놓으면 적극 받아들여야 할 것이지 애매모호한 입장은 국민에게 오히려 환영받지 못한다. 정책과 민생을 빙자한 비난·비방성 현수막은 지금까지도 내걸려 왔다. 국힘의 정쟁 현수막 철거에 민주당도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 국민들이 다 싫어하는 정쟁 현수막을 왜 자꾸 고집하나. 이참에 정당 현수막 난립 방지를 위해 발의된 12건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도 빨리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