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철규 전 사무총장 후임에 이만희 의원(영천·청도)을 임명했다. 내년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지휘할 이 사무총장은 경북 출신이다. 김 대표(울산 남구을)와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에 이어 당의 3대 요직을 모두가 영남 출신이 맡았다.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결과만 놓고 덜컥 인선을 할게 아니라 내년 총선도 겨냥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이번 선거 참패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실망한 수도권 2030과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원인이 크다. 김 대표도 “변화와 혁신으로 당 체질을 개선하고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 인선은 어떤가. 이만희 총장은 전임 이철규 전 총장과 같은 경찰 출신으로 윤 원내대표의 경찰대 1년 후배이고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수행단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러다보니 당 안팎에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영남에 편중된 당 인선이 선거 참패 뒤에도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인선 직전엔 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사무총장으로 기용될 것이란 얘기가 의원들 사이에 나돌기도 했다. 상식 밖이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새 여의도연구원장도 수해 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람이다. 4년 전 총선 참패로 수도권에 사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인사를 납득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국민의힘은 선거에 지고도 지난 5일 동안 쇄신안 하나 내지 못한 채 집안싸움만 했다. 일부에서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자 친윤 진영에선 “내부 총질 하지 말라”고 했다. “강서구니까 졌지 송파구였으면 이겼다” “저자세로 가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울어가는 정당에서 보이는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선거 승패는 언제나 바뀐다. 중요한 것은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을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으로 받아들여 국민 뜻에 부응하는 일이다. 이렇게 인선을 하고도 다음 선거에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윤 대통령도 이번 선거참패 뒤 “국민 소통, 당정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몸을 낮추고 포용하고 좋은 인재를 두루 쓰라”고 고언했다. 그런데 이번 국힘의 인선을 보니 내년 총선이 실로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