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 동안 전국 35개 고속도로(총연장 4250㎞)에서 면제한 통행료가 무려 694억원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왔다. 긴 연휴기간 때문인지 지난해 추석 연휴(9월 9~12일) 때보다 48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이용 차량이 587만 대로 작년보다 5.8%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고속도로 이용자가 내지 않은 통행료는 국가가 공기업인 도로공사에 보전해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유료도로법 15조 2항엔 ‘통행료 감면으로 발생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에 면제 통행료를 전액 보전해주는 것과 달리 한국도로공사에는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38조8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한국도로공사가 울며 겨자먹기로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설이나 추석 명절 연휴기간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020년 추석부터 2022년 설 연휴까지는 통행료를 받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다시 시행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분히 표를 의식한 것 같다. 한번 시작한 포퓰리즘 정책의 단맛을 끊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2017년 이후 이번 추석 연휴까지 면제된 통행료는 무려 48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전부 한국도로공사가 떠안아야 할 빚이다. 명절 통행료 면제는 열차·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수익자 부담이라는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왜 개인차량 운전자에게만 혜택을 주고 대중교통 이용자에게는 혜택이 없느냐라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부실의 늪에 빠진 한국전력 등 다른 공기업 사례에서 보듯 이용자가 합당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공기업 부실로 이어진다. 한꺼번에 요금을 올리거나 국민 세금인 정부 재정 투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의 핵심 철학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라면 표를 의식하지 말고 이제 과감하게 통행료 면제를 접어라. 그것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 공정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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