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2개월여 만에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됐고, 5개월 만에 전당대회에 출마해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수장이 됐다. 대선 패배 이후 한동안 자숙했던 과거 대선 낙선자와는 다른 정치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는 취임사에서 ‘재집권 토대 구축’과 ‘유능한 대안정당’ ‘민생’을 앞세웠지만 지난 1년간의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그 낙제점의 가장 큰 요인은 본인의 사법리스크다.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4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5번째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적 수사’라고 주장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이 대표 개인의 문제를 민주당의 전체문제로 만들고 있다는 방탄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회기 중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31일로 예정됐던 임시국회 회기를 25일로 앞당겨 종료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이 대표 지지팬들의 모임인 ‘개딸’들이 보인 편향된 정치행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한 합리적인 목소리는 사라지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당내 비명계를 증오하는 목소리만 높였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 의혹이 불거졌지만 얼럴뚱땅 넘어갔다. 당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됐던 혁신위원회도 온갖 분란만 남긴 채 성과 없이 종료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듯한 무리한 입법 독주,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든 장외투쟁만 되풀이하고 있다.그렇다고 민주당내의 문제를 모두 이 대표의 잘못으로 돌릴 수도 없다. 장기화하는 검찰 수사에 의도가 없다고 말하기도 힘들고, 타협의 정치가 실종된 책임을 이 대표에게만 묻기도 힘들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이 처한 도덕적 위기와 진영 대립 심화에는 이 대표 책임이 작지 않다. 적어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가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쇄신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민주당과 분리해서 대응하는 모습이 우선돼야 한다. ‘개딸’ 등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당내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고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외교·안보 현안에 원내 1당의 수장답게 노련하게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