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처지에 놓였다고 하니 앞으로 국민연금 혜택을 봐야 할 세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더 내야하나, 그렇다고 이제까지 납부해 온 연금을 중단할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다. 이제 국민연금 개혁안을 책임지고 해법을 내놓을 곳은 정부밖에 없다. 국회와 전문가에게 맡겨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고 특위가 민간 전문가들로 꾸린 자문위원회도 개혁안 마련에 실패했다. 보건복지부가 전문가들로 꾸린 재정계산위원회 역시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일부 위원들이 회의 도중 퇴장하는 파행을 빚는 등 국민들에게 불신만 쌓이게 했다.
위원회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나 15%, 18%까지 끌어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을 각각 8년, 16년, 27년 늦출 수 있다는 3개의 시나리오를 제안해 놓고 있다.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별도의 3개 시나리오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들 시나리오를 모두 조합하면 총 9개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개혁안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정부는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하는데 보험료율 인상폭과 수급 개시 연령을 명시한 단일한 개혁안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납득할 게 아닌가. 연금을 한창 내야할 세대들에겐 불만일 수밖에 없다. 또 보험료율이 자꾸 높아지는 것도 걱정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보험료율을 올리자는 개혁안을 보고받고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놓았다.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였다. 보험료율 인상은 국민 다수가 싫어하지만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국민 눈치를 보느라 이를 거부한 것이다. 그해 말 문 정부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국회에 보냈는데 그 내용 역시 무책임의 극치였다. 단일한 개혁안 대신 `현행 유지`를 포함한 4가지 안을 제시하고는 국회에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 결과가 이런 참담한 현실을 만들게 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에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는 내는 것보다 과도하게 받고 이로 인한 기금 고갈의 부담은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 또한 청년을 배신하는 행위다. 이제 연금개혁 결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