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박동수기자]"인삼밭에 물 빼러 나갔는데, 갑자기 산더미가 막 무너져 내렸다."
"컴퓨터 전기가 나가서 문 열어보는 순간 흙더미가 덮쳐서 바깥으로 튕겨 나왔다."예천군 감천면 산사태 생존자들의 증언이다. 말 그대로 찰나에 생사가 결정된 셈이다. 그만큼 산사태가 순식간에 마을을 휩쓸고 가 대피가 불가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5일 새벽 발생한 산사태로 예천군에서만 16일 오후 3시 현재 7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날 임시 대피소인 예천군 문화체육센터에서 만난 감천면 이장 이모씨(62)는 집중 호우가 쏟아진 15일 오전 3시쯤 인삼밭을 살피러 나섰다. 이씨의 아내인 전모씨(61)는 남편이 놓고 간 휴대전화를 챙겨주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이씨는 "집사람이 나오자마자 벼락이 치면서 쩍 소리가 났다"며 "집사람은 집에 얼른 들어가자고 했는데 느낌이 안 좋아서 손을 잡고 나서자마자 1분도 안 되는 찰나에 산더미가 막 무너져 바위며 집채만 한 돌이며 막 굴러 내려왔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집을 빠져나올 당시 신었던 장화를 그대로 신고 있었다. 울산에서 일하던 이씨는 7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인삼·사과·고추 등을 기르며 여생을 보내려 했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목숨을 구해 다행이라면서도 집과 1만5000평에 달하는 논과 밭이 쓸려내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