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최근 3년간 나온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26개를 공개하고 올해 수능에서는 이런 종류의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수능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다시말해 사교육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 26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에 짓눌린 대다수 학부모들에겐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이다. 교육부는 이참에 수능만이 아니라 대학의 논술·구술 등 대학별 고사도 이런 문항을 없애야 한다. 대학의 논술 문제를 보면 그 대학 교수 중에 그 문제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교수가 과연 몇명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이른바 대학의 ‘킬러 문항’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킬러문항의 채점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교육부는 고교 내신도 교육 과정 내에서 출제하도록 검토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런 지침은 이미 있었지만 교육부가 그동안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에 있는 학원의 총 숫자는 2만4000여 개로, 편의점 숫자(8500여 개)보다 약 3배 더 많다고 한다. 동네 골목마다 들어선 서울 내 카페 수(1만7000여 개)보다도 학원 수가 훨씬 많다니 놀라운 일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병적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학생 학부모에 입시 고통을 안겨서 한국이 과학 선진국이 된 것도 아니다. 학원 재벌 탄생만 부른 이 병리 현상을 없애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든 시험에서 변별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 공부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내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학원이 공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능은 물론이고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대학들도 고교 과정을 벗어나는 출제가 고교 교육,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교육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사교육을 받아 한 두 개 더 문제를 푸는 학생보다 창의력을 가진 학생이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교육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대학 서열화와 간판 위주의 사회구조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