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진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 전국에서 검거된 피의자가 2895명으로, 이 가운데 288명이 구속됐다. 또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가 2996명, 피해액은 무려 4599억원에 이른다. 놀라운 것은 피해자의 54.4%가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20~30대 청년층 이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잃고 좌절했을 피해자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말이 안나온다. 오죽하면 전세사기를 당한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번에 적발된 ‘무자본 갭투자’ 조직 10개와 전세자금 대출사기 조직 21개 중 6곳에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가 처음 적용됐다. 건축주를 물색해 기획을 하는 부동산 컨설팅업체, 명의를 빌려주는 임대인, 세입자를 모집하는 공인중개사, 빌라 평가액을 높게 해 주는 감정평가사 등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면 수사기관이 관련자 재산을 추징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려면 법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검찰의 공소유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절실해졌다.이번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까지 가담했다고 하니 피해자들로서는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국토부가 2020∼2022년 전세사기 의심 거래 1322건을 적발해 수사의뢰한 970명 중에는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414명(42.7%)이나 됐다. 지난달 말 국토부가 전세보증사고 임대차계약 중개사 242명을 점검해 99명의 위반행위 108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서 대구경북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나왔을까. 이들에게는 등록취소, 업무정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취해진다는데, 이 정도 제재로 전세사기가 근절될지 의문이다. 전세사기는 서민들 주거권을 짓밟고 개인과 가정의 삶을 파괴하는 중대 범죄다. 일회성 특별단속에 그칠 게 아니라 상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피해를 본 세입자가 신고하면 바로 수사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수사기관이 범죄수익을 환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 구제방안을 더욱 촘촘히 보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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