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조준영기자]포항 해병대는 자부심과 자존심이 매우 강한 조직이다.
선후임을 가르는 엄격한 기수 문화가 이러한 자존심의 바탕이기도 하다. 이러다보니 `미제 철조망은 녹슬어도 포항해병대 기수빨은 녹슬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기수문화로 인해 이따금 선임이 후임을 괴롭히는 이른바 `얼차리`를 당연시 여기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군관련 제보채널인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1일, 해병대 차원에서 기수문화를 보호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선임이 후임에게 지나친 얼차려, 가혹행위를 한 사례를 고발했다.육대전은 지난달 26일 "올 3~4월 SNS 계정에 업로드된 영상"이라며 내무반에서 선임으로 보이는 해병이 후임을 엎드려뻗치기 시킨 뒤 머리채를 잡고 뒤로 넘기는가 하면 발로 밟을 듯 위협하는 영상을 소개했다.비난이 빗발치자 해병대는 "사실관계를 조사, 법과 규정에 의거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문제는 해병대가 사건을 축소시키기에 급급한 듯한 조사 후 설명이다.육대전은 1일 "해병대 측은 `촬영자를 비롯하여 영상에 나오는 인원들은 서로 동기이고 해당 영상은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이후 `영상 속 인원들은 동기가 아닌 선후임 관계’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이에 육대전은 "해병대측에 재확인하니 `두 기수 차이가 나는 선후임 관계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선후임 관계임을 인정했다"며 동기로 판단한 까닭에 대해 "최초 해당 부대가 상급부대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동기`라는 착오가 발생했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하지만 이후 육대전이 다시 알아본 결과 "영상속 두 인원은 두 기수 차이가 아닌 네 기수 차이였다"며 해병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두 기수 차이로 축소한 것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