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0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조건부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투표를 제안한 스코틀랜드의 요구를 받아들인 듯 보이지만 투표 시기와 방식을 못박는 등 스코틀랜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양쪽의 `기싸움`이 더 팽팽해졌다.
중앙 정부의 스코틀랜드 담당 장관인 마이클 무어는 이날 스코틀랜드가 자체적으로 국민투표를 시행할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중앙 정부가 내건 조건으로만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무어 장관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하며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는 찬반투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완전 독립을 거부하는 국민이 택할 수 있는 `자치권 확대` 등 다른 선택 답안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합법적이고 공정하며 결단력 있는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중앙 정부는 스코틀랜드가 영연방에 남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국민투표 시기를 앞당겨 분리독립 안건을 부결시키려는 역공으로 풀이된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합쳐 연방을 이룬 영국은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달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스코틀랜드인은 38%, 반대는 58%를 보여 아직 반대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간 국민투표의 시기와 형태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알렉스 샐먼드 스코틀랜드 제1장관(자치정부 총리격)은 중앙 정부의 제안에 즉각 반발했다.
독립 논의를 촉발시킨 샐먼드 장관은 시간을 두고 지지층을 늘리고 나서 2014~16년께 투표를 시행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이날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캐머런 총리가 스코틀랜드에 강철같은 지배력을 유지하려 하는데, `미안하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5월 열린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자치권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다수당에 오르면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문제가 전면에 부상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1707년 하나의 의회와 정부 아래 통합됐으나 영국 의회는 노동당 집권 이후 1999년 보건, 교육 등의 권한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넘기는 등 자치권 이양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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