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은 이성의 소유 여부이다. 그러므로 이성은 지극히 인간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성은 비인간화를 촉진시킨다. 극단적인 예로 나치의 유태인 학살 방법은 인간 이성에 의해 더욱 치밀하고 잔인해졌다. 또한 국가 간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살상률이 높은 무기가 만들어졌고, 전쟁 중 발생한 포로들은 상상도 못할 비인간적 방법들로 죽어갔다. 이 같은 모습들은 분명 원시시대의 야만상태보다 훨씬 더 극단적이다. 그렇다면 왜 이성이 이런 비인간적 야만 상태를 불러왔는가? 그 이유는 이성의 도구화에 있다. 중세 이후의 인간 이성은 인간의 실존적 의미를 탐구하거나 철학적 사유를 위한 이성이었으나 현대에는 그렇지 못하다. 현대인들은 오직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수단을 선택하는 능력으로써 이성을 사용하였다.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없이 효율성만을 쫓아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도구로만 이성을 사용한 것이다. 결국 ‘왜’라는 질문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라는 질문에만 대답하는 도구적 이성(정합적 이성)은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의 궁극적 목적을 잃어버리게 한다.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은 자신이 행한 일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거나 성찰하지 않는다. 비판적 이성을 잃어버린 도구적 이성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처 입고 있으며, 현대 문명도 점차 야만 상태로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이성을 인간을 위한 이성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비판적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가장 큰 전범국 중의 하나다. 미국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은 피해자 주장을 하면서도 한국에 저지른 갖가지 만행 중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된 사죄를 하고 있지 않다.일본과 같이 전범국가인 독일의 빌리 브란트 수상은 1970년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방문해 유대인 봉기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나치 독일의 바르샤바 내 유대인 학살 등 만행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를 했다. 이후에도 독일 총리들은 나치가 저지를 과거사에 대해 꾸준히 사죄하고 반성을 하고 있다. 독일 정치 지도자들의 꾸준한 반성으로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이미지도 점차 나아되고 있다.이처럼 독일은 반성하고 있는데 일본은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이 일으킨 일련의 전쟁을 대외 침략과정이 아닌 동아시아에 대한 서양의 침략을 타파하고 일본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도구적 이성을 일본인들이 여전히 중시한 결과이다. 타락한 일본 우익 위정자들의 이성은 비판적 이성의 회복만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그동안 일본이 동아시아에 심어놓은 나쁜 이미지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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