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그리스), 로마 고전은 `서양`을 공부하는데 바탕이 됩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고전을 배우고 나면 마치 새로운 안경을 얻어쓴 것처럼 사물이 훤하게 보입니다." 헬레니즘 시대 주요 철학사조인 에피쿠로스 학파의 사상이 집약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라틴어 원전이 국내 최초로 완역돼 나왔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기원전 98-55년)의 저서로, 흔히 쾌락주의로 알려진 에피쿠로스 학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완역한 희랍 고전 연구가 강대진(51) 정암학당 연구원은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책은 플라톤학파, 아리스토텔레스학파, 스토아학파와 함께 헬레니즘 시기 중요한 철학 사조 중 하나인 에피쿠로스 학파의 물리학, 우주론, 윤리학을 전해주는 소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 번역본은 본격적인 국내 라틴어 원전 번역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기원전 1세기 저서인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이전에 집필된 라틴어 저서 가운데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있는 책으로는 테렌티우스와 플라우투스의 희극 작품이 있지만 아직 국내에 번역돼 나오지 않았다. 강 연구원은 "에피쿠로스 학파는 국내에 거의 알려진 것이 없고, 중고등학교 때 쾌락주의라고 한번 배우고 지나가는 데 이 책은 쾌락주의가 왜 나오게 됐는지 바탕을 보여준다"면서 "일반인이 끝까지 보기 어렵겠지만 책 속에 여러 가지 소중한 재료들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시(詩)로 쓰인 이 책은 총 6권으로 구성돼 있다. 1-2권은 원자에 대해, 3-4권은 영혼에 대해, 5-6권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 연구원은 "이 책은 세계의 여러 현상을 원자로 설명한다"면서 "루크레티우스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원자의 이합 집단으로 돼 있으며 우리의 영혼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이 라틴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대 철학과 1학년 때였다. "라틴어와 희랍어를 배우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선배들이 방학 때 라틴어와 희랍어를 무료로 가르쳐 준다고 해서 배웠는데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고생해서 배운 만큼 `대가`를 얻어내야겠다고 생각해 전공을 바꾸게 됐죠." 강 연구원은 서울대 대학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에서 플라톤의 `향연` 연구로 석사 학위를,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기 2세기 희랍 저자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아르고호 이야기` 등을 우리 말로 옮겼으며 현재 고대 로마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키케로의 `점술에 관하여`를 번역 중이다. 강 연구원은 "희랍, 로마 고전은 서양 학문의 기본인데 우리는 서양 것을 너무 짧은 시간에 받아들이다 보니 기본적인 것이 안 돼 있다"면서 "우리가 기본이 안 돼 있다는 것을 서양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학문의 발판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아카넷 펴냄. 576쪽. 3만2천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