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도시운동이다. 전통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 등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뜻한다. 현재 상주 등 16개 국내 도시를 포함해 세계 32개국, 281개 도시가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돼 있다. 우리 상주’가 5년마다 이뤄지는 슬로시티 재 인증 평가에서 3회 연속 인증을 받아 오는 2026년까지 슬로시티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그럼 국제 슬로시티 개념·역사·지향점과 ‘3회 연속 인증’ 슬로시티 추진성과와 어려운점, 자랑거리, 추진방향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자.■ 슬로시티 개념·역사·지향점은? 슬로시티란 느림과 여유, 행복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도시다.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 전통문화를 지키고 느리게 사는 삶의 지혜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가자는 운동이다.슬로시티가 지향하는 ‘느림’이란 몸보다는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slow mind)를 뜻한다. 그저 속도를 늦추자는 게 아니고 삶의 방향을 바꾸자는 운동이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게 아니고 느림과 빠름, 전통과 현 대, 농촌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간의 불균형을 바로 잡 으려는 것이다.슬로시티는 1999년부터 이탈리아의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에서 시작된 느린도시(정체성 없는 획일적인 대 도시와는 반대 되는 개념) 만들기 운동으로 지역이 원래 갖고 있는 자연환경·전통산업·문화·음식 등 고유한 자원을 지키면서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문화와 지역경제 살리기 운동이다.슬로시티의 슬로(slow)는 단순히 패스트(fast)의 반대 의미로 `느리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개인과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재인식하고 여유와 균형 그리고 조화를 찾아보자는 의미이다. 이는 결코 현대 문명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지 역의 정체성을 찾고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지향하고 있다.따라서 슬로시티는 도시의 전통문화와 산업, 자연환경, 지역 예술을 지키고자 지역민이 참여하는 지역 공동체 운동이다. 또한 지역 특산물과 전통음식의 가치 재발견, 생산성 지상주 의의 탈피, 환경을 위협하는 대량소비와 무분별한 바쁜 생활 태도의 배격, 자연에 대한 인간의 기다림 등의 철학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슬로시티 철학에 찬동해 국제슬로시티연맹본부의 인증절차를 거쳐 슬로시티로 지정 받은 도시는 2022년 12월 기준 33개 국가 287개 도시이며 대한민국에는 17개 도시가 지정돼 있다. (신안, 완도, 담양, 하동, 예산, 전주, 상주, 청송, 영월, 제천, 태 안, 양양, 김해, 서천, 목포, 춘천, 장흥) 국제적인 도시브랜드인 ‘슬로시티’ 지정을 통해 각 지자체의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전통문화와 산업의 가치 재창출, 지 역공동체 활성화,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꾀하고 있다.■ 상주시 국제슬로시티 ‘3회 연속 재인증’은? 대한민국 최중심에 위치한 상주는 서쪽으로 백두대간 70km 동쪽으로 낙동강 34km의 생태축을 끼고 있는 청정지역으로 넓은 들과 풍부한 수자원을 기반으로 예로부터 살기좋고 풍요로운 고장이다. 삼백(三白)의 고장으로도 이름난 상주는 쌀, 곶감, 누에고치 (명주)를 비롯해 오이, 양봉, 육계, 한우, 배, 포도, 오미자 등 각종 농산물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농업의 수도’이다. 2011년 6월, 폴란드에서 개최된 국제슬로시티연맹 총회에서 상주시가 ‘슬로시티(cittaslow)’로 공식 인증되면서 청정생태 도시이자 농업의 수도로서 위상을 한층 드높였다. 청정한 자연환경속에서 자연의 순리에 맞춰 슬로산업이자 생명산업인 농업을 잘 지켜가고 있으며, 탄소중립 CO2 절감 을 미리 준비해온 우리나라 대표 자전거도시다. 특히 전통문화와 장인(匠人)의 숨결을 후대에 잘 계승, 발전 시켜 가고 있는 이상적인 슬로시티로 평가 받았으며 2016년 6월과 2022년 8월에 재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 상징로고가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달팽’이다. 아울러 슬로시티의 청정이미지는 상주 농・특산물의 브랜드 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주슬로시티 주요 추진성과는? 상주시는 슬로시티 지정 이후 추진 동력을 만들기 위해 가 장 먼저 주민협의회를 구성했다. 슬로시티 운동에 관심있는 상주시민 21명으로 구성된 주민협의회는 문화예술, 슬로푸드, 슬로비즈니스, 행복공동체, 홍 보마케팅 등 5개 분과로 나눠 체계적으로 슬로시티 운동과 사업에 적극 동참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과 공모사업을 통해 슬로시티 방문자센터를 개설하고 사무장을 채용해 다양한 슬로시티 사업을 수행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은 주민역량강화사업과 공동체 활성화사업이었다. 슬로시티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슬로시티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코자 추진했다. 이를 통해 슬로시티에 관심을 갖고 슬로시티 운동과 사업에 참여하는 100여 명의 슬로시티 서포터즈들을 확보하게 됐 고 슬로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또한 전통흙구들, 옹기, 도예, 슬로푸드, 천연염색,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장인(匠人)을 활용한 ‘달팽이 학당’을 운영해 지역주민에게는 여가선용의 기회를, 관광객들에게는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한 슬로시티 상주의 관광매력도를 높이고자 음식명소, 체험명소, 경관명소 등을 만들기 위한 ‘슬로테마마을 만들기’ 사업도 추진했다. 함창명주 페스티벌과 명주고을 미술제, 음악이 있는 마을 풍경만들기 등 다양한 주민참여 행사를 개최해 지역을 알리 고 공동체 활성화를 꾀하고자 했다. 또한 에코푸드육성사업, 육가공워크숍, 전통산업활성화 프 로젝트, 향토자원을 연계한 관광상품 운영 등 슬로비즈니스 사업을 중점 추진했다. 아울러 슬로시티 상주를 알리기 위한 안내체계 구축과 상징조형물설치 홍보물과 홍보영상물 제작, 홍보팸투어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상주슬로시티 추진 문제점·어려운점은? 슬로시티는 행복한 삶,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운동이다. 슬로시티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하나 농촌사회의 고령화와 슬로시티에 대한 이해 부 족으로 슬로시티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상주와 한국 슬로시티의 현실이다. 또한 슬로시티 지정으로 많은 예산 지원과 더불어 다양한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다양한 슬로시티 사업을 통해 일자리와 소득창출,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누리고 있는 지자 체도 있다. 하지만 많은 예산 투입과 상업화는 슬로시티의 철학과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특히 슬로시티 상주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로터 ‘슬로시티 관광자원화사업’ 예산을 지원받아 슬로시티운동의 기반을 다지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으나 2016년부터 국비예산 지원이 중단되고, 법령에 명시적 근거가 있어야만 단체 등의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슬로시티 사무국 운영이 어려워지자 슬로시티의 모든 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침체기를 맞게 됐다. 비단 상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예산 지원이 없으면 슬로시티 운동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슬로시티가 수익 창 출보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즉 공공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슬로시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2022년 12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갑)을 포함한 19명의 국회의원이 ‘슬로시티 조성에 관 한 법률안’을 발의 했으며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슬로시티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 됨으로써 한국슬로시티 활성화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 상주슬로시티 추진 자랑거리는? 한국의 17개 슬로시티들은 제각기 다른 환경과 특성을 갖고 있다. 상주는 청정한 자연환경속에서 슬로산업이자 생명산업인 농업을 잘 지켜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슬로시티 인증의 배경이자 강점 요소다. 상주는 백두대간과 낙동강 생태축을 끼고 있는 드넓은 들 판에서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돼 예로부터 풍요롭고 여유로 운 고장이다. 친환경농업이 발전했고 푸드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한 로컬푸드운동도 활성화 돼 있다. 또한 귀농・귀촌 인구도 전국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유전자변형 농산물(GMO) 없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급식, 소비자초청 NON-GMO 유기농 먹거리 체험행사 등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토종종자의 보호와 보급 확산에도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슬로시티 상주에는 장인(匠人)이 많다. 단순히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 함양을 위해 자기의 것을 나누는 사람 ‘슬로장인’이 많다. 명주장인, 옹기장인, 흙구들장인, 토종농사꾼, 한과장인, 도예장인, 목공장인, 천연염색장인, 규방공예장인, 약용식물장인, 에코푸드장인, 인형극장인 등 풍부한 인적자원이 그물처럼 서로 돕고 밀어주는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어 △ 배움이 있는 슬로시티 △도움이 있는 슬로시티 △나눔이 있는 세계적인 슬로시티로의 발전 잠재력이 매우 크다. 한편 상주를 대표하는 슬로장인 허호 명주장의 함창명주와 정대희 옹기장의 토기(土器)가 ‘슬로시티 특산품’으로 지정돼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23년 상주슬로시티 활성화 추진방향은? 상주는 지난해 8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 재 인증을 받고 함창허씨비단직물 허호 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제5기 슬로시티 주민협의회를 발족했다. 올해는 슬로시티 마을 지정・육성사업과 슬로라이프 페스티 벌을 비롯한 다양한 슬로시티 운동과 사업을 본격 펼칠 계 획이다. 슬로시티마을 지정・육성사업은 공모를 통해 슬로시티 철학 과 이념에 동참코자 하는 슬로시티 마을을 평가・선정해 ‘슬 로시티 마을 인증서’를 전달하고, 3천8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주민역량강화와 공동체 활성화 △특화방안 컨설팅 △마을환경개선 등을 추진하는 사업으로 읍・면・동 행정복지 센터에서 신청서를 받고 있다. 슬로라이프 페스티벌은 슬로시티의 철학을 공유・확산하고 슬로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마련 하는 슬로시티 축제다. 슬로시티 상주를 널리 홍보하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고 문화와 음식을 나누면서 슬로시티 상주를 체험하고 즐기는 화합의 장으로 오는 9월에 함창명주테마공원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지역의 특성과 매력을 살리고 행복한 삶이 있는 상주를 만들기 위해 슬로시티 관련 사업을 추진 해 오고 있으나 그동안 행・재정적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슬로시티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며 “슬로시티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시행되면 슬로시티의 철학, 느림의 미학을 담은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하고 자연과 전통문화를 지키고 사람답게 사는 따듯한 사회, 시민이 행복한 상주를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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