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떠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면청량산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맑은 물 되리어머니 쪽진 비녀만한 은어가 되리나 여기 떠나 자라난 곳으로 돌아간다면달밤에 올 고운 안동포 짜는 어머니 바디소리 만나리저 아득한 바다로 향해하는 수만 척의 배처럼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거슬러 올라가가슴에 품었던 반짝이는 물 만나리꿈처럼 이슬 머금고 핀 들꽃 만나리나 여기 떠나 저 투명한 낙동강으로 돌아간다면원앙이 새끼쳐나가는 저 먼 비나리 지나명경처럼 맑은 명호천까지 거슬러 올라가강바닥 속 은모래처럼 환히 비치는 유년의 내 얼굴 들여다보리은어처럼 내 몸에서 나는 수박향기 맡으리<수필가 박모니카>
은어의 몸에서는 수박 향기가 난다. 아마도 은어를 sweetfish라고 불리는 데는 그 나름의 달콤한 향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과일 향이 나는 이유는 서식지를 맑은 물, 청정한 곳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다시 태어난다면 은어가 되고 싶어 한다. ‘청량산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맑은 물’이 되고 싶어 한다. 청량산 굽이굽이 돌아서 헤엄쳐 나가다 보면 삭은 내 떨어져 나가고 신선한 향내를 품게 되기 때문이리라.. 물살을 가르며 거슬러 올라가면 ’.달밤에 올 고운 안동포 짜는 어머니 바디소리‘ 만나리라 믿는 것이다. 어머니의 베 짜는 소리 들으며 잠들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노라면 어느 새 어머니의 그리운 향내가 풍겨 나오는 것 같다. 은어의 체취… 은어는 누구나 좋아할만한 시원함이거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깨끗함을 지닌 과일 향을 선택한다. 그 으뜸은 수박이라 여기는, 은어는 그 향기를 자신의 향기로 선택한다. 은어를 민물고기 중 군자(君子)라 불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아무러한 곳에 살지 않고 아무 것이나 어울리지 않으며 자신에게 나는 삶의 냄새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물고기 은어-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