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 밋밋한 어눌한 느슨한납작한 헐거운엷은 얇은오그라든 찌그러진찌들어버린 빵꾸난천편일률적인 똑같은 리듬의김빠진 맥 빠진기진맥진한 기고만장을 잊어버린이런 시!언젠가 나는 한 시에서“얘들아, 이게 시냐, 막걸리냐?”라고 쓴 적이 있었다.지금 이 시 속에, 이 시의 풍경 속에 주저앉아서,이런 시나 쓰는 마음의 풍경 속에 주저앉아서나는 다시 그 구절을 써본다.애들아, 이게 시냐, 막걸리냐!<수필가가본 시의 세상> “이런 세상이 어디 세상이냐, 개뼈다구지”세상이 다 그렇게 보일 때가 있다. 시시하다. 새로운 것도 없고 감흥도 없으며 다 그렇고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김빠진 생각에 젖을 때가 종종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 ‘저 사람은 자기 밖에 모르는 구나’ ‘이 사람은 좋을 때는 좋지만 어려울 때는 떠날 사람이거든’ ‘그 사람은 조심해야 해. 배신코드야’ 갖가지의 소문을 달고 얕은 추측으로 사람의 관계를 맥 빠지게 한다. 그러니 사람에게 흥미를 잃고 여행을 떠나 보지만 종국에는 낯선 풍경이 가슴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어디를 가나 어디에 서 있으나 가슴 속은 밋밋하고 찌그러진 양푼처럼 자기의 헛헛한 모습만 인식할 따름인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추락시킨다. 시를 써도 역시 시다운 시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느슨한 생활이 주는 느슨한 시가 나온다, 팽팽한 긴장감에 옥죄는 듯한 탱글탱글한 시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엷고 얕은 생각 속에 타인을 바라보고 있으니 엷고 얕은 시 밖에 쓸 수 없다. 그래서 쉽게 기진맥진해진다. 시인은 ‘이런 시’를 쓰고 있는 자신을 적나라하게 내보인다. 타인이 써놓는 시어를 가져오는 되먹지 않은 시를 쓰느니 차라리 쓰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거짓된 자신을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거짓을 던져버린다. 진실하게 자신을 내보인 것.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시인은 참으로 용기가 있다.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이 시인 중에 과연 얼마나 될까, 시인뿐이 아니라 누구든 한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연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자신의 모습을 새로이 변화시킬 용기와 의지가 있는지…<수필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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