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사이로 바람 분다면눈 녹고 꽃 피는 일이 우리 사이의 일이겠다그 이유로 마냥 봄인 날들,피는 꽃의 향기는 네게 닿고꽃 향이 내게 올 때 너도 함께 묻어오겠다너와의 사이라면 바람에 꽃잎 지는 것도 나는 춤이라 여기고낙화도 하냥 꽃이라 하겠다 쓸어내지 않겠다낙화가 이루는 꽃길 너와 나손잡으리니, 손잡고 가리니아무리 가까워도 우리 사이, 바람 지날 만한 틈은 있어야겠다너와 나 사이, 사이의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이간질간질 사이를 간질여 가꾸리니여름 장마엔 습길 걸어가고물기 말리며 가을도 꽃처럼 단풍 들리니<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사이’라는 말, ‘틈’이라는 말에는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다.사이가 좋다는 말에는 서로의 간격을 잘 지키고 있다는 말일 테고 사이가 나쁘다는 말은 서로의 간격을 침범했다는 말일 수 있겠다. 그러면 서로의 간격은 얼마 정도를 유지해야 원만할까에 의문이 생긴다. 간격을 지키는 수문장은 ‘언어를 뱉어내는 입’에 있다. 어떤 언어를 내뱉느냐에 그 간격 유지의 열쇠가 있는 것이라 확신한다.서로를 다치지 않는 언어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드리지 않아야 할 핵심의 말들이 있다 -개인의 아픔, 상처 되는 말- 하지 않아야 그 관계가 원만하다고 보는 것이다.‘너와 나 사이, 사이의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이 간질간질 사이를 간질여 가꾸리니’라는 말처럼 서로의 사이는 바람처럼 간질여주는 보드라운 말들이 사이를 지켜주고 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생각해 볼수록 기분 좋은 말들이 오고가면 가슴 속에 살랑이는 물결 같은 바람이 불어 와 서로의 관계에 아껴주고 싶은 마음 저절로 생길 것이고 생기를 더 할 것이다. 그 반대로 사이가 나쁜 경우는 무례한 말, 선을 넘는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의 관계일 것이다. 즉 예의라는 틈, 인격을 지켜주는 틈을 주지 않을 때 ‘사이’를 침범한다는 것-‘아무리 가까워도 우리 사이, 바람 지날 만한 틈은 있어야겠다‘-그래야겠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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