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결과 수학 1등급 대부분을 이과생들이 차지해 인문계 학과로의 교차지원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11일 종로학원은 2023학년도 수능 응시생 490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지난 8일까지 표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응답자 중 이과생이 88.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 85.3%보다 3.6%포인트 높은 수치다. 수학 영역에서 이과생이 문과생을 앞지른 정도가 지난해보다 더 컸다는 의미다.올해는 지난해에 이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지만, 탐구 응시영역(사회·과학) 또는 수학 선택과목에 따라 문·이과생을 구분할 수 있다. 통상 이과생은 수학 미적분 혹은 기하를 선택하고 과학탐구를 응시한다.수학뿐 아니라 국어에서도 이과가 점수 획득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과생이 상대적으로 많이 선택하는 `언어와 매체` 표준점수 최고점(134점)이 `화법과 작문`(130점)보다 4점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올해 과학탐구에 응시한 이과생 중 `언어와 매체` 선택자는 44.4%로, 지난해(35.8%)보다 8.6%포인트 증가했다. 문과생은 27%만 `언어와 매체`에 응시했다.올해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높았던 수학에서 이과생이 강점을 보일 수밖에 없고, 국어마저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하게 되면서 이는 곧 정시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서 이과생들이 유리한 구도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고, 여기에 국어과목까지 높은 점수가 나오고 있는 `언어와 매체`에 이과생들이 더 쏠려 상황상으로는 수학, 국어 모두 이과생이 유리해질 수 있는 구도"라고 설명했다.이번 종로학원 조사에 따르면 이과생 23.2%가 인문계 학과로의 교차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을 잘 본 학생일수록 교차지원 의사가 높았는데,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합 기준 270 이상 학생들이 32.0%로 가장 높았고, 260대 28.3% 등으로 조사됐다.전체적인 교차지원 의향이 지난해(26.8%)보다는 낮지만, 종로학원은 수시 합격 발표(15일) 후 교차지원 추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임 대표는 "올해는 고득점 구간대에서 교차지원 의사가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수시 결과발표가 진행되면서 증가 추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장지환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교사(서울 배재고)는 "올해 수능은 국어가 쉽게 출제돼 수학을 잘 본 학생들이 국어도 잘 봤다"고 말했다.장 교사는 "(국·수·탐 표준점수 합) 330점을 올해 `인서울` 선으로 봤을 때 340~350점대 미적분·과탐을 고른 인원이 작년보다 월등히 늘었다"며 "인서울 경계선에 걸친 이과생들이 인문계 학과로의 교차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