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상황에 따라 세상의 모든 일이 달라질 수 있지만 같은 시대에 살면서 법의 잣대가 수시로 달라지는 것을 보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성인이라 불리는 맹자는 지나간 시대와 지금의 시대를 구분하는 설명을 “그때는 그때고, 이때는 이때”라는 말로 피일시(彼一時), 차일시(此一時)라고 했다.`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9일 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 중 재판에 넘겨진 최초 사례이자 서해 피격 관련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첫 번째 기소다. 검찰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도 불구속 기소했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합참 관계자와 김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 유지`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또 이 씨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실종 상태에서 수색하는 것처럼 해경에게 허위 자료 발표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허위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국방부와 해경에 작성토록 하고, 안보실 차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허위 자료를 재외공관·관련 부처에 배부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검찰은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 전 장관이 첩보를 삭제·수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한 뒤 그와 서 전 장관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기원전 470년 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대에도 악법은 있었다.그는 ‘신성 모독죄’ 와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로 기소당하고 기원전 399년에 71세의 나이로 사약을 마셔 사형을 당했다. 악법도 법이라는 법의 역사를 보더라도, 과거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었다. 문재인 전 정부는 깨끗한 정부,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없이 장관급 인사와 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임명을 강행했으며,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수감 등 다수의 국민 뜻에 반하는 정책추진을 추진하면서도 자기성찰이나 잘못된 정책 변경은 없었고 적폐청산이라는 명분만 내세웠다. 소크라테스는 평생 아테네의 법률을 따랐고 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혜택을 입었으며, 또 평생 아테네를 위해 옳은 말을 했다. 국민이 인정해야 잘하는 정치다. 전 정부 때는 일부의 여론을 내세워 법을 무시하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잣대를 들이대어 국민이 혼란스러웠다. 현 정부는 전 정부처럼 “그때는 그때고, 이때는 이때”라는 잣대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도록,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법에 근거해 전 정부 관료들의 잘못을 바로 세워야 한다.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오해를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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