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거부권 한층 노골화
지난 18일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21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또다시 중공과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가 한층 노골화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안보리 대응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 자동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공과 러시아가 ‘자동 강화’라는 이 규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같이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안보리의 무력화 구도가 상당 기간 고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러는 북한의 도발이 미국 때문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북한 편들기가 한층 더 노골화했으며, 특히 중공은 미국이 대만을 지원한다는 구실로 북한의 도발을 미국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엔 주재 중공대사 ‘장쥔’은 “대화로 복귀하기 위해 미국이 신의를 보여야 하고, 또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또 “안보리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항상 규탄하고 북한을 압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장쥔’ 대사 발언을 보면 북한에 대한 요구는 전혀 없고, ‘한·미 연합훈련 중지’, ‘제재 선해제’, ‘적대시 정책의 선철회’ 등이 없이는 아무런 의미 있는 대화할 수 없다는 북한 노선에 적극 동조한 것이다. 또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 ‘안나 에브스티그니바’도 “미국의 동북아 지역 동맹들과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여 북한이 그에 따라 예상대로 행동한 것”이라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평양을 일방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는 워싱턴의 욕망 때문이다.”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ICBM을 8차례 발사했다. 또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지난 21일 안보리가 소집된 게 올 들어 이번이 10번째이다. 그러나 유엔에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할 수 없기 때문에 중·러가 북한의 도발을 계속 감싸더라도 이를 제어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면서 중공이 북한을 전략자산으로 여기는 태도가 확연해지고 있다. 중공은 과거 미·중 경쟁이 덜 치열했을 땐 북한의 핵 개발이나 ICBM 도발을 미국의 동북아 군비 증강을 유발하는 전략적 부담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북한을 미국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중공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공 봉쇄에 나섰고, 이로 안한 전략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끌어안는 것이 앞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데 방패로서, 또 미국을 괴롭히는 데 높은 효용가치가 있다고 보고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증폭된 미국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외교적으로 자국을 전폭 지지하고 나선 북한에 대한 편들기에 한층 더 적극적이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도 안보리 차원에서 이뤄지기 힘든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의 독자제재가 강화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독자 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 북한의 사이버 활동 관여 인사에 대한 제재 대상 지정, 사이버 분야 제재 조치 부과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따라서 중·러의 북한 편들기가 공고해지는 양상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 무력 강화를 향한 ‘전력 질주’를 한층 더 자극할 것이다. 북한이 설정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3차 년도인 내년에도 추가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된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 무력 강화는 1) 핵폭탄의 다양화, 2) 투발수단으로서의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 개발, 3) 핵·미사일 운용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한 군 정찰위성 개발 등 크게 세 갈래로 볼 수 있다. 최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포착된 발사장 리모델링을 위한 대규모 공사 움직임을 미뤄 볼 때, 북한이 계속해 여러 기의 미사일 발사와 정찰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 아주 기본적으로 구조를 다시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북한 문제에 대한 유엔의 권위가 완전히 붕괴되는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한·미·일과 나토와의 협력을 통해 제재를 더욱 강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 윤석열 정부는 독자 제재를 위해서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우방국과 함께 독자 제재의 효과성을 제고할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