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을 흘러가게 하고구름은 하늘을 흘러가게 하고꽃은 바람을 흘러가게 한다하지만 슬픔은내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그 일을 오래 슬퍼하다 보니물고기는 침을 흘리며구름으로 흘러가고햇볕은 살이 부서져바람에 기대어 떠다니고꽃은 하늘이 자신을 버리게 내버려 두었다.슬픔이 내 몸에서 하는 일은슬픔을 지나가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자신을 지나가기 위해슬픔은 내 몸을 잠시 빌려 산다어린 물고기 몇 내 몸을 지나가고구름과 하늘과 꽃이 몸을 지나갈 때마다//무언가 슬펐던 이유다슬픔은 내 몸속에서 가장 많이 슬펐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우리 몸에서 슬픔의 부피는 얼마나 차지할까. 나는 종종 내 몸에서 슬픔의 부피를 제거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어떤 일이 닥쳐도 크게 걱정해 보거나 미리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염려를 표현해 본 적이 없었던 나를 사람들은 “늘 좋은 일만 있어 보인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걱정이나 염려를 표현하지 않은 대신 나는 슬픔의 동굴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곳에 남몰래 슬픔을 한 겹씩 또 한 겹씩 쟁여 두었던가보다. 걸핏하면 눈물이 났다. 그것마저 아무에게나 보이고 싶지 않아 홀로 흐르는 계곡을 만들어 두었다. 시인 역시 ‘슬픔은 내 몸을 잠시 빌려 산다’고 했을 만큼 많은 양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기에 ‘슬픔은 내 몸속에서 가장 많이 슬펐다’고 하지 않은가. 슬퍼 본 사람만이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거울을 지니게 된다고 했던가. 탁해진 마음을 닦는 것은 눈물이어서.<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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