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그동안 학업에 억눌렸던 강박감에서 벗어나 또래들 끼리 모여 자유를 만끽하며 해방감에 젖는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청소년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수능성적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거나 완벽 주의적 성격이 있는 학생이라면 평소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 성적이나 모의시험 성적이 상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점수가 낮거나 기대이하의 성적이 나오는 수가 있다. 그러면 그 실망이 누구보다도 크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우리나라의 교육이 공교육의 공헌이든 사교육의 영향이든 우리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선진국들에 견주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우리 교육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수능이 끝나고 발생하는 청소년 문제는 우리 교육이 건강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반증 사례라 할 수 있다.이 두 상반된 사례를 보면 현재 우리 교육이 하나의 가치관 즉 성적의 향상에만 전념하고 있을 뿐이고 교육이 추구해야 할 여타의 가치는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성인들이 생각하기에 ‘그 나이에 누구나 한 번쯤 저지를 수 있는 미숙한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우리 모두가 중시해야 할 도덕적·사회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일이다. 이 점만을 강조하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과 교화로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행위가 성인들의 가치관과 행태를 그대로 복제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학생들의 행동은 기성 사회의 비뚤어진 가치관과 행태가 그대로 침윤되어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공자는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는 정명론(正名論)을 주창했다.인성 교육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구실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성 교육이다. 인성에 해당하는 영어는 퍼스널리티(personality)다. 이 단어의 기원은 페르소나(persona)다. 이 페르소나는 사회적 가면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는 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한다.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이 가면 뒤에 숨어 있는 벌거벗은 인간은 얼마든지 사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고 그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벌거벗은 욕망이 그대로 표출될 때 인간 사회는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만다.우리사회는 가면 뒤에 숨은 자신의 욕심을 은연중에 만족시킴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어설픈 연극배우가 너무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인성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욕망을 충족시킬 수단을 인간화시키는 것이 바로 인성 교육의 핵심이자 교육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