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중부지방의 한 교회에서 부부생활 세미나를 인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약 30쌍의 부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가 진행되었는데 첫 강의를 마친 후 결혼한 지 5년 되었다는 한 부부를 앞으로 초청해서 몇가지 질문을 했습니다.젊은 자매는 아름다웠지만 거의 표정이 없었습니다. “자매님 언제 가장 행복하셨어요?”무표정한 자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남편은 참 자상했어요. 제가 저녁에 집안일을 마치고 방에 들어가면 침대 위에는 예쁜 카드와 장미꽃 또는 초콜릿이 놓여있었죠. 카드에 적힌 ‘당신을 사랑해’, 또는 ‘당신을 만난 게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라는 글들을 읽을 때면 참으로 행복했지요. 온 세상을 얻은 것 같았어요.”그 말을 하는 자매는 아스라한 추억을 더듬고 있는 듯 아련한 표정이었습니다.“참으로 자상하신 남편이군요. 그러면 반대로 언제 가장 슬펐습니까?”그순간 자매는 아무 말 없다가,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자매는 흐느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얼마 전의 일인데요, 남편이 제게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회사에 사표를 냈을 때 전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내가 발 디디고 있던 땅이 갈라지는 것 같았어요.”간간이 흐느끼며 말을 이어나가던 자매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면서 간간이 흐느끼며 말을 이어나가던 자매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면서 “난 도대체 누구에요?”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남편은 그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서 있었습니다. 우는 아내를 보는 그의 표정은 창피를 주어서 화가 난다거나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정말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분명 남편은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형제님. 형제님은 그렇게 자상하신 분인데 사전에 아내와 상의 좀 하시지 그랬어요?” 내 질문에 그 형제는 아내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며 대답했습니다.“아내가 걱정할 것 같아 그랬어요. 전 그 일이 아내에게 이렇게 심각한 일인지 몰랐어요. 새로운 직장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어서 모든 것이 결정되면 그때 얘기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어요.”문제는 여기 있었습니다.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오히려 아내가 걱정할까봐 일이 마무리된 후에 이야기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자상하고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이 깊은 남편입니다.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그런 결정을 하면서 자신을 소외시켰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것이 다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여기에 남녀의 차이가 있습니다.결과 지향적인 남편과 과정 지향적인 아내의 차이, 그 차이를 몰랐기 때문에 이 가정에 갈등이 찾아온 것입니다. ‘과정’ 지향적이라는 말은 ‘어떤 일을 결정하는 데 나와 의논했는가, 생각을 나눴는가’ 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입니다. ‘결과’ 지향적이라는 말은 과정보다도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결과 지향적인 남편은 ‘새로운 직장이 결정된 후에 아내에게 얘기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과정 지향적인 아내는 ‘아니 그런 중요한 일을 나하고 의논도 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다니 그럴 수가 있나? 난 도대체 뭐야? 내가 뭐 애완용 동물인가? 예쁜 카드, 장미, 초콜릿 그 따위 것들은 단지 이벤트일 뿐이야’라고 생각하기에 이른 것입니다.아내가 과정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래서, 남편이 자신을 무시해서 의논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걱정할 것을 배려해서 나중에 말할 작정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내는 배신감을 느끼기는커녕 남편이 이야기 해줄 때까지 기꺼이 기다렸을 것입니다. 혹은 함께 의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잘 표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남편의 결과 지향적, 아내의 과정 지향적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부부는 훨씬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갈수 있을 것입니다.어머니 여러분, 당신은 축복의 통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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