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 부정적 관행과 관습의 뿌리는 매우 깊이 박혀있다. 어느 날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 나 자신이 그 뿌리에서 자양분을 얻으면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을 정도로 그 뿌리는 아주 넓게 뻗쳐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자유 시장주의가 최고의 가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라거나 좌파라고 공격받기 일쑤다. 어떤 태도나 주장에 대해서 가장 효과적인 봉쇄전략은 그것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시장질서가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불가피한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가끔은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생각이 우리의 나아갈 바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자유 시장 경제의 원조라 하는 아담 스미스도 정글의 법칙이 시장 경제의 준칙이 될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달리 말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의 장에서 이기는 것을 시장 경제의 모델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간섭을 하지 않고 보이지 않은 손에 따라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일 때 개인의 부는 물론이고 국가의 부도 극대화된다는 그의 논리는 정글의 법칙 위에서 주장된 것이 아니라 정의의 원칙 위에서 주장된 것이다. 즉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이 사회를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을 때 시장 경제는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서양 세계는 절대 이상 사회가 아니다. 아니 인간에게 이상 사회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 사회에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 또한 인간의 근본적 욕망이다. 이런 점에서 아담 스미스가 그린 시장 경제 사회는 하나의 이상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기적 경제인으로 구성된 사회, 그 사회를 그나마 이상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게 하는 규범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 위에서 시장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가장 현실적인 이상사회의 구상이다. 서양 세계는 이런 그의 구상을 200년 이상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서서히 완성해왔다고 할 수 있다.우리는 현재 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회적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자유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한 지 불과 반세기밖에 되지 않은 우리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우리가 건강한 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정의로운 사회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바라는 민심은 정치신인인 저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을 위해 한 약속을 이제는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