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말하는 당사자의 인격을 나타낸다. 개인도 그러하거늘 공인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자기 당에 유리한 정보나 외국의 언론을 이용하여 국내에 영향을 끼치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민주당 대변인 김의겸 의원이 지난 9일 마리아 카스티요 체로난데즈 주한 유럽(EU) 대사 발언을 곡해했다가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벌어졌다. 이것이야말로 외교참사다.김 대변인은 지난 8일 EU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북한 도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브리핑했다가 EU 대사의 항의를 받은 것이다.김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어제 주한 EU 대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공개 면담 후 브리핑 과정에서 EU 대사가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게 인용했다”며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 대사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이 대표는 국회에서 마리아 카스티요-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따른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변인은 비공개 면담이 끝난 후 브리핑에서 “EU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화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돼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카스티요-페르난데즈 대사는 전날 외교부 측에 “내 발언이 야당의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돼 유감”이라며 “잘 알다시피 그런 의미도 아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김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비공개 대화 중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고 정정했다.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 대변인의 거짓말로 EU와의 외교 관계는 흠집이 났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용에도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외교사절의 비공개 발언까지 마음대로 뒤틀고 왜곡시키는 김 대변인과 민주당의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한국 근무 경력이 도합 6년이 되는 스페인 출신 배테랑 외교관에게 야당 대변인이 망신을 당한 것은 공인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국정감사장에서나 국내외 정치상황을 두고 진실하지 못한 발언을 일삼는 정치인이 무슨 얼굴로 국민 앞에 나서는지. 부끄럼도 없어 보인다. 맹자는 `無羞惡之心`이면 非人也라 했다. "사람이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국민들은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국내외의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은 생각지 않고 거짓말로 입만 놀려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