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받기 위해 해마다 가는 경주의 한 호텔에는 여러 나라의 국기가 게양된 것을 볼 수가 있다. 어떤 나라의 국기가 게양되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어떤 규칙으로 게양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궁금한 나머지 프런트 직원에게 가서 물어보았더니 관광객 수가 많은 나라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관광객으로 와서 투숙할 때 자국의 국기가 게양된 것을 본다면 무척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을 듯싶었다. 아울러 애국심도 생길 것으로 보였다. 우리도 역시 누구나 외국에 나가서 태극기가 게양된 것을 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뿌듯함과 자긍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태극기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온종일 게양되어 있지만 어릴 때만 해도 국기게양과 강하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태극기를 강하한 후에는 잘 접어서 국기 보관함에 보관하였던 때가 있었다. 꼭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옛날보다도 국기인 태극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많이 식은 듯하다. 그 단편적인 예로 예전에는 국경일이 되면 태극기를 집집이 게양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국경일이 되어도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을 보기가 드물다는 것이다. 또 관공서 같은 경우는 게양된 태극기를 잘 쳐다보지 않아 태극기가 더러워지거나 상하여 찢어져 있는 채로 방치한 것을 볼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태극기가 더러워지고 상하다 못해 다 찢어져서 떨어져 나가고 흰색인 천의 일부만 붙어 있는 것을 보고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야기해주었음에도(언제부터 태극기가 찢어져 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교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장이 되고 나서는 국기 게양대에 게양된 태극기를 더욱 관심 있게 보게 된다. 행여라도 태극기가 더러워지지는 않았는지,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매인 매듭이 풀리지는 않았는지를 말이다. 태극기를 게양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날은 현충일이다. 조기로 게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과 주초라도 끼어 있는 날의 현충일이면 자칫 깜박하여 조기 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퇴근하거나 공휴일임에도 출근을 하여 조기를 게양하는 것을 잊어버리면 그야말로 낭패다. 경축일이면 거리마다 게양된 태극기로 태극기 물결을 이룬다. 그러던 어느 한 해의 현충일에는 하루 전날이 되어도 휘날리는 태극기의 물결을 볼 수가 없었다. 현충일 당일에는 게양하겠지 하고서 기다려보았지만 서글프게도 거리에는 태극기를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더한 것은 공휴일에 당직근무를 하는 관공서마저도 곳곳에서 조기가 게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지역에서만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지방에 사는 지인들에게 확인해보았지만 역시나 거리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조기가 게양되지 않았다고 한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나사가 풀린 것만은 틀림없다는 것이다. 마을 회관을 비롯하여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가 사라진 곳이 많이 있다. 그런데도 태극기를 달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 중 많은 이들은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듯하고 국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조차 잊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더 나아가서는 자유 대한민국의 국기로 태극기를 인정하지 않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국기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교육하기에는 국기 게양대를 이용하는 것만큼 더 좋은 것도 없다고 본다. 국경일마다 애국 조회를 통하여 계기 교육함으로써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의 가치를 비롯하여 동맹의 필요성과 감사의 마음을 기르는 데에도 국기 게양대를 활용하는 그것만 한 자료는 없다고 생각한다. 곳곳에 세워진 공공기관의 게양대 세 개 중 하나는 늘 비어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6·25전쟁에 도움을 준 참전국과 지원국의 국기를 그곳에 게양함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였으면 한다. 도움을 준 국가는 물론이고 도움을 주지 못했던 국가들조차도 한국인들은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감사하고 보은하고자 하는 국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 간의 국제 협력이 더욱 긴밀히 요구되는 현시대에는 더더욱 필요한 교육일 것이다. 태극기를 다는 것이 어찌 보면 형식이라고 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으나 나라 사랑의 마음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볼 때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각국의 정상들이 세계의 외교무대에서 자국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등장하는 것 또한 나라 사랑의 한 표현이지 않을까 한다. 태극기를 달거나 들고 있으면 어떤 이들은 이를 보고서 ‘틀딱’이니 ‘꼰대’니 하는 조소나 비아냥거림을 한다. 하지만 이들 또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보고 비난만큼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어찌 되었건 중요한 것은 나라 사랑하는 마음만은 바래거나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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