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밤에 일어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의 압사 사고로 이에 대응할 법령·매뉴얼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를 보면 1992년 2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뉴키즈 온더 블록의 내한 공연 도중 관객이 무대 앞으로 몰려나오면서 1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에서는 상주시민운동장에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이 출입구를 여는 순간 한꺼번에 입장하면서 11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사고는 노약자들이 많아 인명 피해가 컸다.2009년 2월 경남 창녕에서는 화왕산 억새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 쪽으로 불길이 번지자 이를 피해 도망가던 시민들이 절벽에서 추락해 7명이 사망했으며, 불을 피하던 81명이 부상을 당했다.2014년 10월에는 경기 성남 판교 야외공연장의 환풍구가 붕괴해 환풍구 덮개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사람들이 약 20m 아래로 추락해 16명이 숨졌다.당시 행안부는 압사 사고 사례 분석을 계기로 공연법에 따른 공연장,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지역축제 안전 관리에 대해 개선할 것을 각 지자체 등에 권고했다.이태원 일대는 매년 핼러윈 때마다 인파가 몰려 극심한 교통 혼잡 등이 빚어졌던 곳이다. 이날 사고 현장을 포함한 인근에서는 대규모 인파의 이동과 통행을 관리하는 경찰 인력 부족과 대응 준비 미흡으로 서울시와 경찰, 행안부 등은 관리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태원 참사가 정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국민애도기간이 끝나자 여야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서로를 향한 정치 공방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여권에 국정조사 수용을 요구하면서 “국조에 강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특검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총리 사퇴를 포함해 국정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7명,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38명이 사망하는 등 대형사건·사고가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 때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인 적 있나”라며 야당이 정권 흔들기를 그만 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며, ‘선 진상규명, 후 인적쇄신’ 방침을 밝혔다. 여야는 지금 정쟁보다는 국민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사고수습에 함께 초당적인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지금당장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