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윤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고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앞서 참사 직전 파출소나 112신고 등으로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시민들의 급박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비판이 거세지자 참사 발생 사흘 만에 경찰청장이 경찰의 현장 대응 부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서울 용산경찰서에서 핼로윈을 앞두고 서울경찰청에 다수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올렸음에도, 당일 경찰 인력 운용 계획 문서에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올해 방역이 완화되면서 (핼로윈 축제에) 다수의 인원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했고 보고도 있었기 때문에 용산경찰서에서는 많은 인원을 투입한다고 대비를 한 게 137명이었다"고 답했다.윤 청장은 "경찰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특히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그는 "112신고 처리를 포함해 전반적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오늘부터 경찰청에 독립적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이어 "관련 내용은 언론을 포함한 국민들에 소상히 공개하겠다"며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경찰의 부실 대응을 경찰이 자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에 윤 청장은 "서울경찰청이 아닌 경찰청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기구 설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고려해 경찰청에서 전례가 없는 특별기구를 통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윤 청장은 "이번 사고를 지켜보면서 큰 충격을 받으셨을 국민들께도 관계기관장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안전에 대한 무한 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치안 책임자로서 책임지고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안 해결과 사고 수습, 향후 대책 마련이 급선무라 경찰청장으로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대응할 것"이라며 "나중에 결과가 나왔을 때 어느 시점이 됐든 그에 상응하는 처신을 하겠다"고 답했다.한편 윤 청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사전에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는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뉘앙스가 아니었나 한다"며 "다만 경찰 입장에서는 사고발생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일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청장으로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