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사람들에게 아주 친절합니다. 누가 부탁을 하면 거절할 때가 없습니다. 일전에는 약간 안면이 있는 앞집 아기 엄마가 자기 집에 바퀴벌레가 많다며 잡아달라고 하자 정말 열심히 잡아주었답니다.하지만 제가 그런 부탁을 하면 “그건 니가 해.” 라고 말합니다.성격이 남한테는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다가도 부인인 저한테는 막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 잘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나서 다툽니다.어떻게 할까요?참 기가 막힐 일일 것입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늘 친절한 남편, 다른 사람에게는 “아니오" 하지 못하고 부탁을 다 들어주면서, 막상 가장 소중한 사람인 아내에게는 불친절, 아니 무심하고, 부탁을 거절하길 밥먹듯하는 남편..... 이런 남편의 아내는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새까맣게 타 들어갈 것입니다.이렇게 아내에게는 무심하고 세상 다른 여자에게는 친절한 남편도 문제지만, 이것이 성격의 차이인줄 알고 못 살겠다고 하소연하는 아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것은 성격의 차이가 아닙니다.잘못된 한국의 남성 문화, 즉 체면 문화의 잘못된 영향력입니다.체면 문화는 남을 존중하고 남을 인정해주는 문화가 아니라, 남을 의식하는 문화, 남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래서 늘 자기 가족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입니다.어떻게 보면 남을 우선 배려한다는 그럴듯한 구실이 있지만, 문제는 그런 친절을 아내나 가족한테는 절대 베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어느 자매는 이런 호소를 보내왔습니다." 남편은 차 산지가 4년 가까이 되었는데, 아내인 저를 위해 자리 한번을 배려해준 적이 없어요. 항상 운전석 옆자리는 아들이 차지했고, 어쩌다 둘이 탈 때도, 항상 옆 좌석에 보지 않는 책만 수북이 쌓아놓고 치워줄 생각도 안해 뒷좌석으로 가버리게 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이 탈 땐 잽싸게 치워주는 거에요. 그런 일로 기분 나빠 하는 저에게, 남편은, 남이니까 배려한다나요...?”이 같은 상황은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할 잘못된 체면 문화의 대목입니다.자기 가족은 등한시하고 남을 배려하는 문화, 그래서 아내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남편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아내는 남편이 세상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자신만큼은 자상하게 배려해주었으면 하는데 남편들은 그렇질 못합니다.`전혀 모르는 남보다 더 대접을 받지 못하는 아내`가 의외로 많습니다.남편들의 마음속에는 `내 마누라니까` 하고 너무 가볍게 대하는 습관이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가족들하고 밥 먹다말고 친구가 전화하면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남편이나 아버지들, 그들은 친구들한테는 인기가 좋을지 몰라도 가족들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길 것입니다.어느 지방의 부목사님이 이런 고백을 하셨습니다.어느 날 너무 피곤해 쉬려고 집에 조금 일찍 돌아왔지요.반가운 마음에 놀아달라는 아들의 말은 아예 못 들은 척하고, 아내에게 딱 세마디를 했습니다.“아 피곤해. 밥 줘. 내일 일찍 깨워줘."그러고는 밥 먹은 뒤 잠을 청하는데 청년부 소속의 형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나는 벌떡 일어나 "나 나갔다 올게." 하고 나갔지요.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문득 뒤를 돌아다보았을 때,저를 바라보던 아내와 아이들의 어두운 표정이 기억납니다."이것이 바로 체면 문화의 잔재입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런 체면 문화는 깨야하지 않을까요.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것은 좋은 것입니다.그러나 우리 가족들에게 더욱 친절할 때, 그 친절은 빛이 납니다.세상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그러나 우리 가족들을 더욱 배려할 때 그 배려는 아름다운 향기를 낼 수 있습니다.어머니 여러분, 당신은 축복의 통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