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언덕길에 만발한 봄경남 합천군 야로면 나대리노인정에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열다섯이나 모였습니다이 가운데 넷은 경북사람나머지는 모두 경남사람들입니다경계가 마을 한가운데로 지나가니그냥 행정구역상/ 경남 경북으로 갈라져 있지만원래부터 한 마을 주민들입니다오늘은 부엌에서/ 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경북 할머니 집에서 갖고 온/ 미나리 콩나물경남 할머니 집에서 갖고 온/ 고사리 참기름 고추장이한 그릇 안에서 맛있게 비벼집니다그 다정함이여 사랑스러움이여모두들 쓱싹쓱싹 비벼서볼우물이 옴쏙옴쏙 먹으며 마주 봅니다보면서 웃습니다이게 바로 세상살이 행복입니다오, 위대한 비빔밥남과 북도 이렇게 만나서하나로 비벼지면 얼마나 좋을까요통일도 얼마나 쉬울까요<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비빔밥이 왜 맛있는지를 의미(意味)까지 알게 되었다.골고루 섞인 비빔밥에 ‘세상살이 행복’이 맛깔나게 비벼지기 때문이리라. 음식을 나누거나 밥을 같이 먹는 일은 친근함의 표현이다. 친해지고 싶을 심정이 들 때는 밥을 같이 먹자고한다. ‘경남 합천군 야로면 나대리 노인정’이 그런 곳이다. 그곳에는 정겨움이 산다. 경남북으로 보이지도 않은 경계선에 갈려있지만 편의상 행정구역을 구분 지어 놓았을 뿐 심정적으로는 한동네, 한 식구나 다름없다. 모이는 장소는 늘 ‘나대리 노인정’이다. 생각도 사투리도 함께 공유하고 마을 동네 한 바퀴 돌 듯 보고 싶으면 슬슬 오시는 곳. 60대 젊은이는 갈 수가 없고 70대 청춘은 걸어오시고 80대 장년은 지팡이 짚고 오시며 90대 노년은 보행기를 밀고 오시는 곳. 그곳에 60대는 젊은이라 허드렛일을 해야 한다. 모이면 먹거리는 빠질 수 없다. 비빔밥이 있는 날은 각자 가지고 온 ‘미나리, 콩나물, 고사리, 참기름, 고추장’에 뜨끈한 잡곡밥을 넣어 서로 누구랄 것도 없이 ‘쓱싹쓱싹 비벼서’ 즐겁고 정겹게 먹는다. ‘볼우물이 옴쏙옴쏙’들어갈 정도로 먹으며 마주’보고 웃는다. 경남북의 사람들이 잘 어울리는 비빔밥처럼 섞여서 맛나게 살아가듯 남북으로 갈린 우리나라도 같은 민족끼리 오순도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시인의 바람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막막하기만 하다 <박모니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