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체제로 치러지게 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1월 18일 시행된다.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그동안 학업에 억눌렸던 강박감에서 벗어나 또래들 끼리 모여 자유를 만끽하며 해방감에 젖는다. 그러다 보니 크고 작은 청소년 사고가 발생한다. 공교육의 공헌이든 사교육의 영향이든 우리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선진국들에 견주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우리 교육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현상이다.그러나 수능이 끝나고 발생하는 청소년 문제는 우리 교육이 건강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반증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두 상반된 사례를 보면 현재 우리 교육이 하나의 가치관 즉 성적의 향상에만 전념하고 있을 뿐이고 교육이 추구해야 할 여타의 가치는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성인들이 생각하기에 ‘그 나이에 누구나 한 번쯤 저지를 수 있는 미숙한 행동’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우리 모두가 중시해야 할 도덕적·사회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일이다.이 점만을 강조하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과 교화로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행위가 성인들의 가치관과 행태를 그대로 복제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학생들의 행동은 기성 사회의 비뚤어진 가치관과 행태가 그대로 침윤되어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인간 세상은 일종의 연극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무대에 등장하는 인간에게는 제각기 역할이 주어진다. 배우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을 바탕으로 자기 역할에 맞게 분장하고 대사를 읊조리고 상황에 맞는 행위를 해야 한다. 만약 자기가 맡은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어진 배역에 어울리지 않게 스스로 연출한다면 그 연극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인성 교육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탈을 쓰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성 교육이다. 인성에 해당하는 영어는 퍼스널리티(personality)다. 이 단어의 기원은 페르소나(persona)다. 이 페르소나는 사회적 가면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는 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한다.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이 가면 뒤에 숨어 있는 벌거벗은 인간은 얼마든지 사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고 그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벌거벗은 욕망이 그대로 표출될 때 인간 사회는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만다.우리 사회는 이 가면 쓰기에 익숙한 것 같지 않다. 이런 가면을 써야만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신뢰가 두텁지 못하다. 가면 뒤에 숨은 자신의 욕심을 은연중에 만족시킴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어설픈 연극배우가 너무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인성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욕망을 충족시킬 수단을 인간화시키는 것이 바로 인성 교육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