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신일권기자]태풍 힌남노로 철강산업의 피해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포스코는 전체 임직원과 퇴직자들까지도 동원해 복구 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이런 와중에 ‘포스코 경영진 책임 논란’이 국회에서 불거졌다. 또한 최근 지역의 일부 시민단체들이 느닷없이 최정우 회장 책임론을 제기하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대다수 시민들은 “침수 이후 24시간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 가리기’보다는 ‘피해 지원’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또한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최정우 회장 개인 퇴진 주장에 대해 오히려 포스코의 복구노력에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태풍 `힌남노`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인 ‘자연재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최 회장 개인의 실수나 대응미숙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지역사회의 여론이다.포스코노동조합 또한 "지금은 피해 복구에 매진해야 할 때"라며 "냉천 범람의 본질을 벗어난 원인 규명, 책임소재 파악이란 미명 아래 복구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은 없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그러면서 "이번 이슈를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포스코에 근무하는 노동자와 회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냉천 범람은 기상이변 인한 자연재해”지난 9월 6일 포항을 강타한 힌남노 태풍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태풍 ‘힌남노’로 포항 동해면 541㎜, 오천읍 509.5㎜의 누적강수량과 동해면 116.5㎜, 오천읍 101㎜라는 기록적인 시간당 강수량을 보였다. 특히, 6일 오전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 동안 오천읍 354.5㎜, 동해 374.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는 4시간 기준 500년 빈도 확률강수량인 189.6㎜를 2배 가까이 상회하는 유례없는 폭우이다. 당시 포항의 만조는 37㎝로 예보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1m나 높은 최고 142㎝의 만조가 기록되며 빗물이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대구지방 기상청 관계자는 “3시간 누적 강수량이 60mm만 되도 호우특보가 내려지는데 1시간당 100mm이상으로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물폭탄이라 수해를 막아내는데는 불가항력적이다”고 주장했다.전주대학교 소방 안전공학과 김동현 교수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단시간에 쏟아진 집중호우이며, 단기간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 하천이 범람해 빚어진 일"이라며 “자연재해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국가가 기상이변에 대비해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백강훈 포항시의원은 “냉천의 강수량은 80년 빈도(시간당 77mm)로 설계됐는데 지난 힌남노 태풍 내습시는 시간당 최대 110mm의 폭우가 몰아쳤다”며 “이 폭우로 해수면 수위가 1m40cm로 높아지자 냉천의 물이 빠져나가지 못했고, 마침내 빗물이 역류하면서 하천이 범람했다”고 말했다.△포스코 ‘전 공장 가동 중단’으로 더 큰 피해 막았다.포스코는 포항시 전체에 역대급 피해를 입혔던 힌남노 태풍으로 인해 포항제철소 옆으로 흐르는 냉천이 범람해 제철소 전체가 침수 및 정전피해를 입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으나, 철저한 사전 대비로 인명피해가 없었으며 현재 완제품 생산을 위한 압연라인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포스코는 이번 힌남노가 유례없던 초강력 태풍이라는 예보에 기존에 구축하고 있던 자연재해 대비 매뉴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재대책을 수립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포항제철소는 태풍 상륙 1주일 전부터 자연재난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상세히 점검하고, 태풍 당일에는 모든 공장 관리자가 철야로 근무하며 현장에서 철저한 대응 태세를 갖추었다. 특히 제철소 침수 및 정전 발생 시 대형 화재, 폭발 등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2차사고 예방을 위해 포항제철소 가동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포항제철소 생산관제섹션 박찬형 리더는 “태풍에 대비한 제철소 가동 중단이라는 특단의 대책으로 만에 하나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을 대형 설비 사고와 인명 피해를 사전에 방지했다”며, “예상치 못했던 냉천 범람 수해로 제철소 대부분이 침수된 상황에서도 제철소 내 수만 대의 모터의 합선으로 인한 손상을 막을 수 있었으며, 고로도 조기 정상가동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포항제철소는 전 공장의 가동을 멈추며 사전에 전원을 차단하는 조치도 취했다. 포항제철소 전기설비 최고 권위자인 정규점 포스코 명장(2020년 선정)은 “제철소에는 모터, 변압기, 차단기 케이블 등 수만 대의 전력기기가 있는데 만약 가동 중에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합선, 누전 등으로 설비가 소손돼 전기설비의 생명이 다했을 것”이라며 “가동을 미리 멈춘 덕분에 전기적 사고가 거의 없어 세척 및 건조 등의 복구작업을 통해 빠른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포스코는 고로 휴풍 돌입에 따른 대비책도 사전에 마련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는 장시간 가동을 정지할 경우 고로 안에 담긴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이 발생할 수 있다. 냉입이 발생하면 설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복구에도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포스코는 50년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전 대비책을 마련했다.2제선공장 손기완 공장장은 “고로를 휴풍하기 전 고로 내부의 고열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 고로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열원(熱源)인 코크스 장입량은 늘리고, 철광석 양은 줄이는 작업을 진행해, 장시간 휴풍에도 쇳물이 굳지 않게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특히, 압연라인은 가동 중 침수 피해를 당했다면, 압연 롤 손상, 가열로 폭발, 가열로 내화물 손상, 판재 끼임 현상 등으로 장기간 조업 재개가 불가능해질 수 있었다. 3후판공장 가열로는 노내 온도가 약 1,300℃로, 만약 침수로 설비에 물이 들어가면 폭발의 위험이 있었다. 이에 직원들이 사전에 가열로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조업을 중단하고 설비의 모든 전력을 차단했으며, 냉각수를 최대로 순환시켜 내부 온도를 미리 떨어뜨렸다. 3후판 장명훈 공장장은 “태풍으로 인해 돌발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직원들의 발 빠른 노력으로 가열로의 내화물 및 설비를 보호할 수 있었고, 원활하게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산업 피해 심각... 포스코 피해 복구에 안간힘이번 태풍으로 철강산업의 피해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포항제철소 정상 가동엔 빠르면 3개월, 길게는 1년이 소요된다는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열연2공장은 최소 정상화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압연공장의 경우 현재까지 전체 피해규모 산정을 물론 복구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특히 포항제철소는 창업 이래 처음으로 전체 공장가동을 중지시킨 데 이어 고로와 제강 및 연주공장을 가까스로 재가동 시켰지만 정작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압연시설과 STS공장·전기강판공장·선재공장 등은 언제 재가동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산업부는 태풍 내습 당시 화재가 발생한 2열연공장이 재가동 되려면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일각에서는 포항제철소가 완전 정상가동 되려면 내년이나 돼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산업계에선 포항제철소 가동 지연이 산업계 전반의 생산 차질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3개월 안에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차와 조선, 가전업계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압연 라인 복구 지연으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전기 모터에 사용되는 전기강판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STS강과 전기강판·선재류는 광양제철소에서도 대체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공장의 가동중단 사태는 후방산업에 직격탄을 줄 수밖에 없다.포스코는 전체 임직원과 광양제철소 지원인력, 협력업체, 고객사, 동종업계, 경북도와 소방청 및 해병대와 해군을 비롯한 각급 기관단체 등의 지원을 받는 한편 퇴직자들까지도 동원해 복구 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한창 복구 중인데”…포스코에 ‘침수 책임’ 묻겠다는 정부이런 와중에 ‘포스코 경영진 책임 논란’이 국회에서 불거졌다.포스코의 침수 피해에 대해 산자부가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조사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나름 철저하게 대비했지만 피해가 발생한 것은 냉천 범람 등 불가항력적 천재지변 때문임을 포스코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무개선 등 단기 경영실적에 집착한 나머지 노후 설비투자를 소홀히 한 것이라면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포스코의 피해를 두고 ‘경영진 문책론’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포항철강공단 A업체 관계자는 “포스코에 대해 인재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사고 원인 파악과 복구가 최우선이다. 천재지변을 맞은 기업에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 언급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6일 새벽 시간당 110㎜의 폭우로 인근 냉천이 넘쳐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겼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했더라도 불가항력적 재해를 포스코가 막을 수 있었겠나”며 “철강공단 1·2공단 대부분이 침수피해를 입고 가동이 중단됐는데 여기도 조사를 하겠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한 시민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는데 정부가 뭣부터 먼저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모양”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설령 포스코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그로 인해 손실을 본 주주들이 대응하면 될 일이다. 지분이 전혀 없는 정부가 나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사안은 아니다. 포스코의 지분 구성은 외국인 52.67%, 국민연금 8.3%, 국내 기관 18.8% 등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민간 기업 CEO의 거취에 압력을 행사할 어떤 명분이나 자격, 권한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냉천 범람으로 포항 시내의 피해도 속출한 상황에서 냉천 바로 옆에 있는 포항제철소 피해가 없길 바라는 건 무리란 지적도 잇따른다. 일각에선 포항시가 지난 2012년부터 하천 정비사업을 벌이며 냉천 하류에 수변공원을 조성했는데, 이 때문에 하천 폭은 줄고 유속은 빨라지면서 냉천 일대가 범람하기 쉬운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한 업계 관계자는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포스코에 대해 최선의 대비를 했는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국회의 여야 입장에 이해는 가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천재지변인 만큼 무조건 책임을 지우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침수 이후 24시간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 가리기’보다는 ‘피해 지원’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일부 시민단체 최정우 회장 퇴진 주장 설득력 없어최근 지역의 일부 시민단체들이 느닷없이 최정우 회장 퇴진 주장을 제기하며 포스코의 피해 복구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모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태풍 대응과 관련,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경영능력과 재난 대응 능력에 분명한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최정우 회장 개인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 회장이 태풍에 대비한 사전 준비나 대처가 미흡했다는 주장이다.또다른 한 시민단체는 “태풍 대비로 긴급한 시기에 골프를 치고 미술관을 방문하며, 국감장에서 변명을 늘어놓는 행태는 포스코그룹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전혀 없다고 보여진다”며 최정우 회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시가지 곳곳에 내걸었다. 하지만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인 ‘자연재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최 회장 개인의 실수나 대응미숙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지역사회의 여론이다.지난달 6일 새벽 갑작스런 냉천의 범람으로 대량의 토사와 하천수가 일시에 포항제철소 내부로 밀려들어 사람 키 높이로 공장들이 물에 잠기고 급기야 제철소 전체가 정전되고 전 공정 가동중단이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을 최 회장인들 어떻게 막아 낼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다.특히 태풍이 오기 전 포스코는 사상 최초로 전 공정에 가동 중단 조처를 내려 물바다에 화재 등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단 1명의 인명사고를 내지 않았던 점은 평가되지 않고 묻혔다.이들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최정우 회장 개인 퇴진 주장에 대해 오히려 포스코의 복구노력에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시민 A씨는 “지금은 이런 논란을 제기할 때가 아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태풍복구는 물론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최 회장에 관한 사항은 주주들과 회사 임직원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이어 “포항시는 단체이름으로 거는 현수막을 즉시 철거해야 된다.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도시 이미지를 격하시키고,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하며, 상가들의 전시품들을 가리는 현수막은 불법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기 바란다.”며 “단체가 그들의 주장을 알리는 방법은 현수막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회견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방법도 있고, 신문에 광고를 하는 방법도 있다. 전단지를 인쇄해 직접 배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포스코와 최 회장을 비난하던 현수막이 시가지에 도배가 된 이후 한동안 깨끗하던 시가지에 또다시 불법 현수막은 안된다. 자신들의 생각에 확신이 있다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전하라.”고 지적했다.△ 포스코노조 "지금은 피해 복구에 매진해야 할 때"포스코노동조합 또한 지난 9월 23일 오후 냉천 범람으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와 관련한 성명서를 통해 "지금은 피해 복구에 매진해야 할 때"라며 "포항제철소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지원은 환영하지만 `냉천 범람`의 본질을 벗어난 원인 규명, 책임소재 파악이란 미명 아래 복구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은 없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포스코노조는 "이번 이슈를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포스코에 근무하는 노동자와 회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김경석 포스코노조위원장은 "8000여 조합원을 비롯 전 직원이 하나가 되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포항제철소가 힘차게 가동되는 날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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