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는 “구월이 개추되니 한로·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노 벽공에 우는 소리, 찬이슬 재촉한다”고 노래한다.어제는 음력으로 9월 보름 한로였다. 설악산 대청봉에는 지난해보다 9일 빠른 첫눈이 내렸다. 이제 추운 겨울이 온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독감이 유행하고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니 빈곤층 노인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올해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지난 3월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 빈곤율)은 2020년 38.9%로 집계됐다.전년보다 2.5%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그간 줄곧 40%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노인 빈곤율이 30%대로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노인 빈곤율은 2011년 46.5%에서 2012년 45.4%, 2013년 46.3%, 2014년 44.5%, 2015년 43.2%, 2016년 43.6%, 2017년 42.3%, 2018년 42.0%, 2019년 41.4% 등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40%대에 머물렀다.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50%(상대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말하고, 절대적 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절대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이렇게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30%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OECD 평균 13.5%(2019년 기준)의 약 3배 정도로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조금씩이나마 완화한 데는 2014년 7월 도입한 기초연금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때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기초연금을 도입할 당시에는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지만 이후 금액이 불어나 2021년부터는 월 30만원을 주고 있다.올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기초연금액 산정을 위한 기준금액)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2.5%)을 반영해 작년보다 월 7천500원 오른 월 30만7천500원이다.지하철이나 공원에 가면 돈이 없어 점심을 굶고 있는 사람들, 무료 급식소에서 점심을 얻어먹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독거노인이 대부분으로 소득이 없거나, 수입이 적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폐지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빈곤율 48%가 넘는 현실이 노년 삶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이 따르고 일할 능력이 있어 일하고 싶어도 기회가 적으니 살기기가 힘들다. 노인빈곤의 해소는 당장 급한 일로써 차일피일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 노인복지시설의 확충, 생활보호대상 노인에 대한 소득지원 확대, 경로연금제도의 도입, 일자리 알선, 공동사업장 확대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