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종태기자]지난 6일 포항을 강타한 힌남노 태풍으로 포항시 남구 지역의 침수피해가 컸지만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이날 포항 남구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11mm를 기록하면서 남구 인덕동을 비롯한 오천읍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이 폭우로 지방하천인 냉천이 범람하고 포항제철소 공장이 물에 잠기는 등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포항시에 따르면 냉천은 강수량 설계빈도가 80년 빈도로 시간당 77mm 강수량에 견딜 수 있는 하천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6일 내습한 힌남노는 시간당 100mm이상의 폭우를 쏟아부으면서 냉천 인근 지역을 물바다로 만들었다.게다가 평소 34.3cm에 불과한 해수면 수위가 142cm까지 솟아오르면서 냉천에서 바다로 흘러 가야 하는 빗물이 역류하며 마침내 하천이 범람하는 사태로 이어졌다.대구지방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6시57분,오전 7시 43분 두차례에 걸쳐 포항 해수면 수위가 142cm를 기록했다. 포항 영일만의 만조때 폭우가 집중된 것이 하천범람의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태풍 힌남노 상륙 이후 지난 6일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4시간 동안에만 254㎜의 비가 내렸다. 포항항의 해수면 높이도 6일 오전 3시 33분부터 100㎝ 안팎을 기록했고, 계속 상승해 오전 7시 43분 142㎝로 최고치를 찍었다.대구지방 기상청 관계자는 “3시간 누적 강수량이 60mm만 되도 호우특보가 내려지는데 1시간당 100mm이상으로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물폭탄이라 수해를 막아내는데는 불가항력적이다”고 주장했다.포항시와 대구지방기상청 등에 따르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내습한 5일 오후부터 6일 오전까지 16시간 동안 포항 남구 일대에 내린 강수량은 541㎜나 된다. 특히 포항시 남구 오천읍·인덕동 일대에는 6일 오전 3시~7시 354.5㎜가 내렸다. 이는 기상청 포항관측소가 계산한 4시간 기준 500년 빈도 확률강우량 189.6㎜보다 2배 가까운 양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냉천 등이 범람, 8명이 숨지고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초토화되는 피해가 났다.2012년 태풍 ‘산바’ 때 누적 강수량은 141㎜였고 2016년 태풍 ‘차바’는 155.3㎜, 2018년 태풍 ‘콩레이’는 179.4㎜ 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힌남노 태픙은 물폭탄 그 자체였다.백강훈 포항시의원은 “냉천의 강수량은 80년 빈도(시간당 77mm)로 설계됐는데 지난 힌남노 태풍 내습시는 시간당 최대 110mm의 폭우가 몰아쳤다”며 “이 폭우로 해수면 수위가 1m40cm로 높아지자 냉천의 물이 빠져나가지 못했고, 마침내 빗물이 역류하면서 하천이 범람했다”고 말했다.
■재해 설계기준 대폭 상향해 에측불허의 자연재난 대비해야
과거 통계에 기반한 기존의 ‘설계빈도’를 적용한 치수시설로는 다가올 예측 불가능한 재난을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짐에 따라 각 시설물의 설계빈도를 대폭 상향하는 등 국가 방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0년전에 국토부에서 정한 재해 설계기준이 여전히 그대로 적용되다보니 포항 냉천 범람 등 기상이변 사태에는 대처하지 못한 채 꼼짝없이 침수피해를 입었다”며 “따라서 이 설계기준을 대폭 상향해 지구 온난화등으로 불어닥치는 자연재난에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했다.이어 “재해방지위험지구 평가위원회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고, 사고가 터지면 뒤늦게 해결하는 뒷북 대책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방재 전문가들은 “최근 힌남노 태풍으로 포항 냉천이 범람한 것은 만조 상태에서 먼바다에서 내륙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해 해수면이 더 높아지면서 결국 바닷물은 하천을 거슬러 역류했고, 이때 상류로부터 흘러내린 큰 강물과 충돌하며 솟구치면서 폭포수와 같은 엄청난 물이 순간적으로 강 밖으로 넘쳤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제반 법·제도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동해안 지역 특성을 기초로 대홍수에 대비할 ‘지역 단위 하천 설계기준’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주대학교 소방 안전공학과 김동현 교수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단시간에 쏟아진 집중호우이며, 단기간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져 하천이 범람해 빚어진 일"이라며 “자연재해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국가가 기상이변에 대비해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기후 온난화등으로 인한 예측불허의 자연재해,국가차원에서 방재정책 전환 시급힌남노 등 해마다 강력해지는 태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불가한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방재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하천 등의 방재시설 설계빈도 기준을 상향하고 포항과 같은 바다를 낀 해양도시 특성에 맞는 방재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특히 바다를 끼고 있는 공업도시인 포항과 울산 부산 등 임해공업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방재시스템 구축이 긴급한 실정이다. 포항과 같이 바다와 하천이 만나는 공업도시의 경우 저지대 지역에 주거지와 공단 등 주요시설이 위치해 침수피해에 취약하며, 만조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건설부 한강홍수통제소장을 역임한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는 “이번 ‘힌남노’의 경우에서 보듯 최근 태풍은 과거에 비해 엄청난 폭우를 동반하는 등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면서 “자연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새로운 기준의 재난방재대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포항시,1조3000억 투입해 28km 대형 배수터널 등 설치 계획포항시는 태풍 힌남노 때 산악지대에서 내린 비가 도심 하천인 냉천과 칠성천의 범람을 유발함에 따라 빗물이 바다로 바로 배출될 수 있는 대형 배수터널을 설치한다고 밝혔다.빗물을 내보낼 대형 배수관은 포항 북구와 남구지역 2곳에 각각 거주밀도가 높은 지역에 들어서며, 외곽 해안지역으로 배출되도록 설계한다. 전체 길이는 약 28㎞로, 사업비는 1조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이와함께 포항시는 3,000억 원을 들여 빗물을 가둘 수 있는 저류지를 확충하고, 현재는 시간 당 60㎜의 비를 처리할 수 있는 빗물 펌프장 15곳을 시간당 80㎜ 폭우도 감당할 수 있게 성능을 개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