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골에 사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시골일지라도 고속도로가 곧 생겨나 불편함이 해소될 것이며 사통팔달의 지역이 될 것으로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내가 사는 곳에도 거미줄처럼 고속도로가 연결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고속도로의 노면 품질이 영 딴판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왜일까? 같은 시기에 건설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중에 건설되었음에도 더 형편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 차에 문제가 생겼나 하고서 의심을 하면서 주행을 했지만, 인터넷 자동차 사용자들의 카페를 통해서 확인한 결과 모두가 느끼는 공통점이었다. 그래서 노면을 바르게 해달라는 민원도 제기해보았지만, 결국은 고속도로 운영사로 다시 연결되어 나에게 이해해달라고 도리어 요청 전화를 걸어 오게 하는 것이 민원 해결 방법의 전부였다. 더한 것은 민자 고속도로임에도 노면이 더 엉망인데다가 통행료도 더 비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이후로는 노면 불량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모든 공사에는 허용치가 물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보기에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도로포장이 울퉁불퉁한 것이 마치 빨래판을 연상하게 할 때도 있고, 각종 맨홀뚜껑이 있는 부분은 포트 홀이나 혹처럼 시공된 곳이 많아 주위의 도로 면과 평평하게 포장된 것을 찾아보기가 드물다. 이로 인하여 운전을 할 때면 노면이 불량인 부분을 피하느라고 마치 음주 운전자가 곡예 운전을 하듯이 갈지자로 위험하게 운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전에 유튜브에서 본 외국의 도로공사를 하는 장면에는 노면과 맨홀뚜껑의 높이가 다르더라도 일치하게끔 작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우리나라의 현 도로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건설한 도로임에도 시공업체가 달라서 구간마다 완성도가 다르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완성도의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 도로와 교량이 만나는 부분을 턱지게 만들어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장애물로 인하여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아니라 노면 불량 시공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가당한 이야기인지 묻고 싶다. 과속 방지턱 또한 규격에 맞지 않는 것이 태반이며 심지어는 커다란 벽돌을 갖다 놓은 듯한 것도 있다. 이로 인하여 발생한 차량의 손상을 물을 곳이 명확함에도 차량 손상의 원인을 명확하게 증명할 길이 없으니 이 또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취미가 망치질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사 현장을 보면 쓱 하고 스캔이 절로 이루어진다. 그 덕분에 예전에 근무했던 한 학교의 공사 시 부실시공을 막을 수가 있었다. 한번은 공사업체에서 시공을 끝냈다면서 확인 도장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막상 천장에 붙여진 텍스를 보니 내 눈에는 50%가 불량이다. 그래서 완성도가 높아진 시공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주무관을 통하여 5차례나 재시공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다. 또 학교 주차장을 보도블록으로 포장하면서 색깔이 다른 보도블록으로 주차선을 만든 적이 있었다. 주차선이 건물로부터 평행이 되지 않고 삐딱하게 작업 되어 있는 것을 한눈에 간파한 나로서는 도저히 허용할 수가 없어서 작업 한 보도블록을 모두 걷어 내고 다시 포장하게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공사 업자가 ‘학을 뗐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요구한 나로서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공사를 해달라고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공무원인 나로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책무였기 때문이다. 한번은 교사 건축 시에 시멘트의 양을 맞게 넣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 규정의 몰탈 견본을 만들어 됫박에다가 담아 색깔을 비교하고는 시멘트를 더 넣으라면서 원칙을 고수한 학교장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학교장을 골탕 먹이려고 설치된 비계 중 어느 특정한 부위를 밟으면 추락하게끔 해 두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도 모른 채 학교장은 비계에 올라가서까지 공사 현장을 감독하다가 그만 특정한 부위를 밟아 추락하여 다쳐서 고생하였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 같은 이유로도 공사 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이나 관련자가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 나아가 지금은 ‘중대 재해 처벌법’ 시행으로 학교에서 발생한 사고도 학교장을 비롯하여 관련자가 책임을 져 처벌받아야 한다고 하니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난감한 형편이리라고 본다. 이 이외에도 공사 현장을 둘러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내 눈에는 불량 시공인 곳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기에 다음과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공사업체가 공사를 할 줄 알면서도 안 하는 걸까? 아니면 아예 할 줄 몰라 못하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니면 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이나 관련자가 공사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업체를 봐주는 걸까?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개인과 기업을 비롯하여 국가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최상의 제품 생산과 시공,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라고 본다. 행여라도 잘못된 관행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자행하여 온 것이 있었다면 초일류 기업인 모 회장님의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야 한다’라는 말은 반드시 새겨 두어야 할 일이다. 또한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마무리에 달려 있음도 유념해둘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일류를 넘어 초일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산이고 과제이기 때문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