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 호계면 월방산 기슭에 자리한 봉천사는 개미취 야생화의 연보라빛으로 물들어 행락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3일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함창고녕가야 학술대회에서 이덕일 한가람역사연구소장은 “가야사를 비롯한 한국고대사 왜곡의 중심에는 일본 침략의 논리로 작용한 임나일본부와 정한론(征韓論)이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일본식민사학자들의 해괴망칙한 임나일본부 논리를 추종(追從)하는 역사학계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역사독립은 요원(遙遠)하다는 것이다. 임나일본부란? 왜(倭)가 4~6세기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조작된 역사다. 왜(倭)가 지배한 나라가 임나며, 가야(伽倻)가 바로 임나(任那)라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왜곡(歪曲)과 조작(造作)을 가미해 침략논리(侵略論理)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함창고녕가야는 한반도 남부가 아니라 중부 지방으로 낙동강 상류지역에 자리한 고대국가(古代國家)다. 그들의 논리에 결정적 하자(瑕疵)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함창고녕가야이다.   1945년 미국의 2차대전 승리로 우리는 일본의 사슬에서 벗어났지만, 내면은 여전히 그들의 마수(魔手)에 포박당한 상태였다. 일본이 조선을 강탈한 후 제일 먼저 착수한 작업이 조선사역사공정(朝鮮史 歷史工程)이었다. 그 핵심 인사는 동경제대, 경성제대, 총독부의 식민학자(植民學者)들 이었으며, 조선인으로 발탁된 사람은 30대의 이병도와 신석호였다. 이병도는 일본 와세다대학을 거쳐 서울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에 발탁됐다. 신석호는 경성제대를 졸업하고, 역시 조선총독부에 발탁되어 조선사편수회(朝鮮史編修會) 일원이 됐다. 해방 후 이병도는 학술원장이 됐으며, 신석호는 고려대사학과를 접수했다. 그 후 75년 동안 이들에게 장악당한 한국사학계는 지금껏 아무 재재없이 부일(附日)식민사학(植民史學)의 본부가 되어 이땅에 군림했다.   일본식민사학을 극복하는데, 큰 난관은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식민사학(植民史學)을 우리 역사로 배우고 익혀온 사실이다. 특히 그들은 허황후와 김수로왕의 가야사(伽倻史)를 부정하고, 일본서기의 임나가야(任那伽倻)를 신봉한다. 김해 김씨를 포함한 인천 이씨, 김해 허씨의 6백만 가락종친의 족보(族譜)를 부정하는 셈이다. 김수로왕과 허황후를 부정하는 가야가 있을 수 있다면 그 가야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들은 드러내 놓고 정한론(征韓論)의 근거로 삼는 임나일본부의 다른 이름인 임나가야(任那伽倻)를 신봉한다. 우리역사를 지키고 선양해야할 한국 사학계가 앞장서서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사를 대변하는 상황이다.   우리 사학계는 현재까지 일본이 기획하고 재단한 조선총독부판 조선사(朝鮮史)를 텍스터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한 달 전 다음 몇가지 사항에 대해 제시(해명)하라고, 한국고대사학회와 진단학회, 국립중앙박물관, 국사편찬위원회에 서신을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1. 이병도의 진주고녕가야를 해명하라 2. 함창고녕가야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라 3. 2의 기준에 준해 중국사서인 삼국지 위지동이전 삼한조 의 변진구야국이 김해 금관가야국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라 4. 2의 기준에 준해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다라국이 대한민국의 합천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라. 현재 학계와 정부는 합천을 일본서기의 다라국(多羅國)으로, 남원을 기문국(己汶國)으로 등기해 유네스코에 가야고분군 문화유산등재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지금 나라가 이성을 잃고 배가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망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는 수밖에 없으니, 자기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이 왔다. 두계 이병도 학술상을 시상하고, 함창고녕가야를 부정하는 학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진단학회에서는 견해가 있다면 논문으로 발표하라는 회신이 도착했다. 아직 한국고대사학회에서는 답신이 오지 않았지만 답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봄 불교신문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이 내용들을 발표하고, 한국사학계의 답변을 요청했다. 역사학자도 아닌 한낱 산중(山中) 승려(僧侶)의 견해에 대한 답변마저 궁색하게 미룬다면 더 이상 사학계의 존재 이유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학계는 한국사와 운명을 같이할 뜻이 있는지, 아니면 일본식민사관의 주구가 되어 국민들을 사맹화시켜 망국으로 인도하려는지 그 진위를 밝혀야 한다.   이용중 가야사바로잡기 전국연대대표는 “해방 된 지 80년이 되는 시점에서 우리의 발전을 가로 막은 세력이 만든 역사를 신봉하는 것은, 조상들께 죄송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결연한 뜻을 내비쳤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저들의 마수를 걷어내지 못하면 제2 임진왜란, 제3 한일합방이 도래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고,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현인의 말이 결코 헛소리가 아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파벌싸움을 벌이지만 한순간도 쉬지않고 역사공정(歷史工程)을 해왔다. 동이의 역사가 자기들의 역사라고 막무가내로 밀어 부친다. 일본역시 국책사업으로 조선사를 일본의 제후국사(諸侯國史)로 둔갑시켰다. 가야사(伽倻史) 특히 함창고녕가야사를 바로잡는 작업은, 한 문중의 일이 아니며, 일개 승려의 고지식한 고집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의 운명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임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중국과 일본은 국가정책으로 국력을 쏟고 있는데, 우리는 가난한 일개 시민이 나서서 외로운 경주를 하는 꼴이다. 역사가 이대로 흘러간다면, 장차 어느 나라가, 어느 나라를 지배하고, 지배당하는지는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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