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와 해병대의 최초 인연은 1952년 우리나라에 머물던 미항공부대가 포항공항에서 오키나와로 철수할 때 경비를 담당하던 해병대 1개 중대였다.
1959년 해병대 1사단이 경기도 파주에서 포항으로 주둔지를 옮기면서 포항은 해병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사이가 됐다. 동해안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선도하며 오늘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해병대가 지역의 크고 작은 일에 함께하는 동반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해병대의 본고장 포항에서 해병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키우고 쇳물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국방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포항시민은 해병대에 변함없는 지지와 애정을 보내면서 장병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포항사람의 뇌리에는 무적해병대,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구호로 가장 강한 군대가 곧 해병대라는 인식이 단단히 각인되어 있다.1968년 포항에 포항제철(주)가 창립됐고 이어 1969년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포특사)가 창설됐다. 포스코가 포항 건립의 최적지로 선택된 이유는 해병대가 동해안의 주요 시설을 방호하고 경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병대는 포항 근대사의 주역이고 포항의 영원한 동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해병대의 역할은 군사작전 시 포항지역을 방호하고 국가재난이나 재해 시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 포항시가 안전 도시로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하기 위해서다. 해병대원은 포항시민이면서 구성원이고 지역발전의 주체자이다.해병대는 처음 창설할 때부터 중요시 여긴 것이 있었다. 바로 민과 함께 간다는 것이다. 해병대는 ‘적에게는 사자같이 주민들에게는 섬김 정신`으로 봉사와 대민지원에 앞장섰다. 최초 창설지인 진주에서도 주민 봉사에 앞장섰으며, 제주 4·3사태로 제주도에 주둔했을 때 주민 봉사와 섬김으로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제주도민들에게도 민심을 얻을 정도였다.이런 해병대가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덮친 물바다가 된 포항에서 장갑차로 시민들을 구조하는 등 용맹스런 모습을 보여 포항시민의 칭송을 받고 있다.냉천의 범람으로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한 오천읍내에 해병대원들이 뛰어들어 신속한 구조 활동이 없었다면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지도 모른다.해병대 신속기동부대는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 2대와 고무보트(IBS) 5대를 포침수지역에 투입해 119구조대원과 함께 오도 가도 못한 시민들을 구조,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임무를 수행했다.해병대 제1사단은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신속기동부대를 포함한 병력 1300여 명, 차량 59대, IBS 11대, 양수기 6개 등을 동원해 물바다로 변한 동해면, 대송면, 오천읍, 청림동 지역의 대민지원에 투입했다.KAAV는 이날 운용병력과 포항 남부소방서 구조요원을 태우고 물에 잠긴 청림초등학교 일대에서 활동했다. 폭우로 불어난 물에 고립된 시민들은 KAAV를 타고 안전한 장소로 무사히 이동시켰고, KAAV는 이후에도 구조를 필요로 하는 인원 수색에 나섰다.수해로 옥상 등에 피신한 주민 등을 IBS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이송했고, 도로 침수로 소방대원들의 진입이 어려운 곳에는 KAAV가 들어가 맹활약했다. 인명구조탐색작전에는 오후 4시 기준 수해지역에서 주민 27명을 구조했다.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 화재 현장에서 활약이 컸다. 이날 오전 7시17분쯤 포항제철소 내 스테인리스스틸(STS) 2제강, 2열연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2열연공장 메인 전기실에서 화재가 나 전기실 1개동이 모두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1사단은 현장이 침수가 돼 소방차량의 진입이 더뎌지자 소방대원 약 20명을 KAAV에 태워 현장까지 이동시켰다. 만약 KAAV가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포스코 공장 내부가 침수돼 화재 원점에 진입하지 못하던 소방요원들이 KAAV를 타고 신속히 이동, 화재 진압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해병대 페이스북에 공개된 구조 영상에는 물이 어른 허리까지 차오른 도로에서 대원들이 민간인을 KAAV에 태우고, 차량이 침수될 정도로 흙탕물이 넘쳐 오른 도로를 종횡무진하며 구조활동에 나섰다. 수해 현장에 KAAV가 동원된 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밖에도 해병대는 공군 탐색구조헬기 등 합동 전력을 지원받아 포항 지역 피해복구를 계속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측은 “신속 기동부대가 출동대기 태세를 완비한 가운데 유사시 어디서든 민간 피해복구 작전을 펼쳐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누리꾼들은 해병대 1사단의 신속한 구조활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누리꾼들은 “가슴이 뭉클하다” “대한민국 해병대 멋지다” “역시 무적 해병” 등 찬사를 보였다.해병대 영웅들의 활약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곳곳에서 펼쳐졌다. 태풍 피해 현장엔 어김없이 붉은색의 해병대가 나타나 복구작업과 봉사활동을 했다.해병대 1사단 장병들은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태풍 집중피해지역인 포항시 남구 대송면 등에 병력 2800여 명과 중장비 80여대를 투입해 복구 작전을 수행했다. 이날 복구작전에는 건설장비는 물론 세탁트레일러, 제독, 급수차량 등 가용 인력과 장비를 투입했다. 복구작전은 주택가에 쌓인 각종 가재도구를 해병들이 직접 치우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도로 유실 구간 등에도 건설장 비를 투입해 복구 작전을 병행했다.KAAV를 운용하는 해병대 1사단 상륙장갑차대대 중대장은 “태풍 피해 발생 시 즉각 현장으로 투입돼 피해 복구작전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면서 “포항 주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해병대와 포스코는 포항을 상징하는 두 얼굴이다. 이번 태풍은 포항시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안겨주었지만 해병대와 포스코의 유대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해병대와 포스코, 포항시의 연대는 포항시민에게 보여주는 희망이다. 태풍 ‘힌남노’ 침수복구에 참가해 수고한 해병대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