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소리를 받아 사설을 엮어내는철써기 풀종다리 베짱이 각시여치들고 난 달빛을 받아 노래로 익고 있다쇠뜨기 참동사니 명아주 바늘여뀌도땡볕을 참아내며 일손을 다잡다가울음보 향낭에 담아 땡볕 길을 서두르고악보 하나 없이도 절창이 아니라도짧고 긴 호흡 맞춰 줄 함께 고를 때고추는 누워 붉어도 깻단은 서서 여문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계>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아는 것은 숫자가 아니다. 바람의 촉감 차이다. 바람이 어루만지는 손길에 독특한 오감이 있다. 여름의 바람과는 다른 감각, 그래서 느끼는 변화다. 가을을 거두는 법‘에는 ‘가을의 단어들이 풀잎으로 엮은 방석처럼 빙 둘러 모여 있는 것 같다.‘철써기 풀종다리 베짱이 각시여치’의 노래들을 밤 배낭에 담아 두었다가 풀어놓은 듯 마음을 훝고 자나간다. 여름을 보내고 계절이 바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들의 소리들로 가을이 여문다. ‘소리가 소리를 받아 사설을 엮어내~~들고 난 달빛을 받아 노래로 익고 있다’ 는 표현에 빠져든다.찹찹하면서도 견고한 시어들의 직조가 매력적이다. 바람이 유난했던 난마돌 태풍이 지나갔다. 바람만 남기고 큰 피해 없이 떠나가 준 것만으로 다행이다싶다. 파고가 높아진 바닷가를 잠시 거닐었다. 센바람에 떠밀리듯이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해변을 치고 물러서는 파도 소리가 마치 귀뚜라미의 날개 비비는 소리처럼 들렸던 것은 착각이었을까. 언제든 찾아와 마음을 쓸어 보낼 수 있는 바다가 있어 위로가 된다. 가을을 거두는 곳, 나에게도 ‘울음보 향낭’ 하나 어딘가에서 자라나는 것 같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