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은 허망하더라너를 잊지 않겠다 장담하였는데세월 가더라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이면 퇴근하고휴가도 가더라공과금 고지서가 날아오고전세 계약도 끝나가고//살아가더라/ 세계는 멸망하지 않고나는 폐인이 되지도 못한 채//웃기도 하더라/ 새 차를 살까 이사를 갈까재밌는 책이나 영화가 없을까찾기도 하더라사람은 숨이 끊어질 때가 아니라기억에서 사라질 때 비로소 죽는 거라는 말자꾸 새겨도//너를 기억하지 않고 지나는 하루도 있더라//하루는 이틀이 되고이틀은 사흘 나흘이 되더라//너는 나타나더라/ 슬쩍 나타나서 우리 함께한 시절을 떠올리더라나를 꾸짖는 모습은 아니더라//우리 함께한 세월은 하루하루 멀어지고장담은 허망하더라허망조차 허망하더라<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허망(虛妄)이란 ‘어이없고 허무(虛無)함.’을 말한다. 허무함이란 ‘아무것도 없이 텅빔’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즉 ‘허망’이란 ‘어이없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것의 심사를 의미한다. 장담(壯談)은 확신을 가지고 아주 자신있게 말한다는 것인데 시인은 ‘장담은 허망하더라’ 라고 한다. ‘너를 잊지 않겠다 장담하였는데’ 말이다. 그 ‘다짐은 허망하더라’고 했다. 결코 변치 않을 것이라 여겼고 그 장담이 아름다운 결과이기를 바랐지만 문득 ‘허망’하게 느껴진 것이다. 일상에 매몰되어가는 ‘너를 향한 마음’ 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안타까운 것이다. ‘허망하더라’의 진정한 속뜻은 포기가 아니다. 원래의 선명한 색조였던 마음이 퇴색되어 간다라는 안타까움인 것이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의 반어인 것이다. ‘우리 함께한 세월’이 여전히 기억 속에 살아있기를…죽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인 것이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