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주 어느 곳에 따뜻한 손이 있어해마다 날마다 이리 꽃을 피우시고저 고운 눈길을 주어 푸른 잎도 키우시고 가열한 햇빛 아래 용광로 달궈놓아틈틈이 밑불 넣어 풀무질도 더 하시고황금빛 영락을 위해 인내하게 하시고 한 세월 뿌리내린 그 가을의 깊이가 있어투명한 볕살 받아 되돌아보게 하시고한 뼘 더 시간 속으로 다가가게 하시고 무단히 가을이 가고 또 봄이 오겠는가이 우주 어느 곳에 성찰의 꾸짖음 있어곧추선 서릿발 딛는 고통도 겪게 하시고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포항은 난리가 났다.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상흔이 꽤 크다. 마이삭 태풍일 때는 바람이 그토록 용맹하게 휘몰아치더니 이번 태풍은 물폭탄 세례를 주고 갔다. 바다 물길인 포항운하가 넘치고 형산강이 범람했다. 도심지 상가가 거의 침수를 감당해야 했다. 포스코에서 제2 열연공장에서 폭탄 터지는 굉음을 내며 불길이 치솟았으며 지하주차장에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던 8명의 차주가 어디론지 흔적없이 사라져버렸으며 폭우를 피해 집을 나섰던 75세 할머니는 주검으로 되돌아 왔다.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말짱한 하늘이 무색하다.‘이 우주 어느 곳에 성찰의 꾸짖음 있어 곧추선 서릿발 딛는 고통’을 겪게 하시는 것인가.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고통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상하게 ‘따뜻한 배후’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다고 여긴다. 공허해진 마음 한 켠으로 그래도 견딜 힘을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이 차오른다. 이런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한없이 교만해져서 자연의 섭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나면. ‘가열한 햇빛 아래 용광로 달궈놓아 틈틈이 밑불 넣어 풀무질도 더 하시고 황금빛 영락을 위해 인내하게 하시’는 능력을 불어 넣어주심을 알게 한다. 저절로 고마움의 물길이 가슴으로부터 열린다.그래, 어쩌겠는가. 태풍이 지나간 곳이나 포항은 난리가 나도 그나마 서울은 그런대로 넘어갔다니…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