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11월이면 법정 스님이 입적한 지 2년이 된다. 그 사이 계절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법정 스님이 `무소유` 등에서 남긴 정갈한 말씀은 여전히 현대인에게 안식이 되고 있다. 신간 `법정, 나를 물들이다`는 법정 스님과 30여년간 교유한 전 천주교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 등 생전에 깊은 인연을 맺은 이들이 스님의 숨겨진 인간적 면모를 전하는 책이다. 법정 스님에게서 `지광(智光)`이라는 법명을 받은 저자 변택주 씨는 서문에서 "스승이 홀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펄펄 살아 숨 쉬는 어른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책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장익 주교를 비롯해 성철 스님 시봉일기로 잘 알려진 원택 스님, 조각가 최종태, 도예가 김기철, 원불교 박청수 교무, 20여년간 스님의 어머니를 모신 사촌동생 박성직 씨 등 19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김기철 씨는 법정 스님이 법문과 글에서 영화, 책 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소개된 계기를 소개한다. "한번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전기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을 소개 해 드렸어요. 나중에 그 이야기를 글로 쓰셨더라고요. 그 뒤에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란 헬렌 켈러 자서전을 보내드렸더니 신문 칼럼에 쓰셨어요. 스님한테 보내 드리면 좋은 책이 여러분에게 전해지는구나 싶어 (중략)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특히 좋아하셨지요."(105-106쪽) 법정 스님이 자신의 가르침을 따르던 후학 진명 스님에게서 면박을 당한 재미있는 일화도 눈길을 끈다. 법정 스님이 많은 사람이 불쑥 들이닥치는 탓에 참기 어렵다고 하자 진명 스님은 "글을 쓴다는 건 사람을 부르는 일입니다. 그 사람들도 많은 고민 끝에 어렵사리 찾아오는 건데 그렇게 예의 없는 사람 취급을 하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법정 스님은 "그래, 진명이 말이 맞다"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또 책에는 법정 스님이 불가에 묻혀있던 성철 스님의 책 `선문정로` 등을 서점에 팔게 한 사연(원택 스님 편), 장익 주교와 종교의 벽을 뛰어넘은 교감 일화(장익 주교 편) 등도 담겼다. 불광 펴냄. 35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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