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문화발전의 양상을 보면, 과거에 비해 거의 가속도가 붙어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전통문화도 비례적으로 빠르게 잡아 오늘날에 다시 살려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옛날의 전통은 우리의 뜻과는 상반되는 쪽으로 가고 만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옛 문화를 다시 복원하거나 아니면 놓쳐버린 것을 다시 찾으려면, 그때는 과거보다 더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도 그 효과는 반감이 되고 만다.
예산은 이미 3조275억 원이나 있다. 그럼에도 예산이 현재 놀고 있다. 이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면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특별광역 회계보조금을 다음 년도까지 미집행하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부 취소 또는 반환해야 한다.
3조275억 원이 투입되는 ‘대구ㆍ경북권 3대 문화생태관광기반 조성’(이후 사업)에 일선 지자체가 전혀 집행하려는 의지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할 만큼 부진하다. 이 사업은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비 1조6,477억 원, 지방비 1조375억 원, 민자 3,423억 원 등을 투입하여 대구ㆍ경북권 47곳을 선정해 벌이는 사업이다.
올해의 경우를 보면, 예산 882억 원을 투입하여 지자체별로 모두 33개 내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유교문화 사업(안동) 110억 원을 비롯하여 한국문화테마파크(안동) 90억 원, 신화랑 풍류체험 벨트(경주, 청도, 영천, 경산) 89억 원, 낙동강 이야기 나라(상주) 60억 원, 녹색문화 상생벨트(문경, 예천) 65억 원이다.
그러나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 집행현황은 28개 지자체 중에 6개 지자체만 부지 매입을 완료했다. 나머지 13개 지자체는 부지 매입 실적이 전혀 없다. 예산 집행을 보면 세계유교 선비문화 공원의 경우 2010~11년도 사업으로 112억 원을 지원했으나 실적은 고작 4.6%인 5억1,700만 원에 그쳤다. 그럼에도 올해 110억 원의 예산이 추가 편성되었다.
이 같은 일은 한국문화테마파크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업장 또한 2010~11년도에 131억 원을 지원했으나 2011년에 10억 원만 집행했다. 현재 부지 매입도 전무한 상태에서 올해 90억 원이 증액 편성되었다. 앞으로 이 정도의 사업 속도라면, 법에 따라 예산을 반환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2011년 말 부지 매입을 완료한 곳은 역사사문화 공원(대구), 낙동강 이야기 나라(상주), 녹색문화 상생벨트(문경, 예천) 음식디미방(영양)정도로 그나마 이런 곳들이 겨우 체면을 세웠다. 문화유산을 오늘날의 가치관에 따라서 새 옷 입히기 사업이 체면으로만 해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체면 유지로써만 해결되지 못할 게 또 있다. 지자체가 이미 편성된 예산을 적기에 집행하려다가 본래의 원하는 목적대로 가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미 교부액이 지나치게 이월사업이나 사전 이행 절차 등 준비가 부족한 사업을 무리하게 편성하게 되면, 지자체가 집행 기간 부족과 잦은 이월 발생 탓에 사업 부실을 부를 수가 있다. 게다가 사업 차질도 발생한다.
각 지자체마다 국비 확보에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판에 받은 예산마저도 놀려서야 말이 되는가. 이 예산은 우리의 전통문화와 오늘의 문화 접목을 위한 예산이다. 이를 제때에 집행하지 못한다면, 문화발전은 정체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문화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새로운 고용도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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