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뿐 아니라 2010년 전대와 2008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 당시의 각종 돈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면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이 모든 부분을 성역없이 수사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비대위 황영철 대변인은 "고 의원과 관련된 부분만 수사의뢰가 이뤄져 검찰이 각종 의혹을 어떻게 판단할지 고민할 텐데, 그 고민에 길을 터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수사의뢰 대리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한 김재원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은 `2010년 전대 의혹도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공식 수사의뢰는 아닌 것으로 간주해 수사착수를 보류해왔다.
검찰은 그러나 정식 서류제출은 아니더라도 당 지도부인 비대위가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촉구함에 따라 이를 사실상 수사의뢰로 보고 조사대상과 범위 검토 등 수사착수 절차에 곧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앞서 "2010년 전대에서 1천만원 돈봉투를 뿌린 후보도 있었다고 한 원외 당협위원장으로부터 들었다"고 했고, 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비례대표도 돈과 관련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돈선거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고 의원이 폭로한 2008년 전대 돈봉투 의혹을 비롯해 2010년 전대 돈봉투 의혹, 2008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 금품거래 의혹 등 세 갈래로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애초 예상보다 수사 규모가 커지자 공안1부를 주축으로 공안2부와 특수부, 금융조세조사부에서 정예 수사인력을 차출해 검사 6~7명 규모의 수사팀(팀장 이상호 공안1부장)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2008년 7월3일 전대를 전후해 박희태 국회의장 측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당시 고승덕 의원실 여직원 이모씨와 이를 박 의장 측에 돌려준 고 의원실 보좌관 출신 김모씨를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전날 고 의원의 진술을 토대로 돈을 받고 되돌려준 당시의 자세한 경위를 파악했다.
검찰과 정계에 따르면 이씨는 전대를 2~3일 앞두고 의원실로 찾아온 30대 초중반의 검은 뿔테 안경 남성으로부터 노란 서류봉투를 받았고, 이를 책상 위에 뒀다가 전대 직후 고 의원에게 전했다.
고 의원은 전대 다음날 봉투 속에서 `박희태`란 이름이 적힌 명함과 1만원 신권 100만원이 든 흰편지봉투 3개가 H은행 띠지로 묶인 걸 확인하고는 박 의장 측에 돌려주라고 김씨에게 지시했다.
김씨는 여의도 당사 대표실로 찾아가 박 의장 비서 K씨를 만나 돈을 돌려주면서 `박희태 대표 비서 K○○`라고 적힌 명함을 받았고, 수첩에 `오전 10시2분`이라고 돈을 돌려준 시각을 기록했다.
김씨는 당시 수첩과 K씨 명함 등을 증거물로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씨도 곧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현재 아시아 4개국 순방 중인 박 의장이 18일 귀국하면 21일 시작하는 설 연휴 직전에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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