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맑고 넓은 가을 호수에 구슬 물결이 푸른데蓮花深處繫蘭舟(연화심처계난주)연꽃 속 깊숙한 곳에 목란 배를 매어 두네.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련자)낭군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고는或被人知半日羞(혹피인지반일수)혹시 남에게 알려질까 싶어 한나절 부끄러워하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 시는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의 채련곡(采蓮曲)이다. 허난설헌의 본관은 양천(陽川). 본명은 초희(楚姬)이고 자는 경번(景樊)이며 호는 난설헌이다. 허엽(曄)의 딸이고, 허봉(篈)의 여동생이며, 허균(筠)의 누나이다. 용모가 아름답고 인품이 뛰어났으며 여덟 살 어린 나이에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을 지어 모두를 놀라게 한다. 허난설헌의 천재성을 본 가족들은 12살이나 많은 오빠 허봉에 개인교습을 시키기도 했다. 허봉은 허난설헌의 교육에 박차를 가하기 위하여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던 이달선생을 소개해 허난설헌의 천재성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간 후 그녀의 삶은 불행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그런 불행을 시를 지어 승화시키기도 했다.이 시는 ‘미스터 선샤인’에서 소개되어 알려진 바가 있다. ‘애신아씨’인 김태리가 이병헌 역인 ‘유진 초이’를 그리워하며 읊은 시인데 해석이 약간 다른 부분이 있어 적어 보기로 한다. <연밥따기 노래>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위의 한시(漢詩) 해석 중 ‘或被人知半日羞(혹피인지반일수; 혹시 남에게 알려질까 싶어 한나절 부끄러워하네.)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의 차이가 있다.아직은 그 마음을 들키지 않았으나 들킬 것 같은 마음에 부끄러운 것이 윗 시이고 아래 시는 이미 먼 곳에서 남에게 들켜버려서 부끄러웠다는 내용이다. 즉 시간차 해석인 셈인데 ‘그 사람을 향한 연모의 감정’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공통적이라는 점이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젠가는, 누구에게든지 들키고야 마는 외향적인 유기체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것이 왜 부끄러웠을까… <박모니카>